요즘 세금과 관련한 논의가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듯하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복지확대를 위한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니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이 논의의 핵심으로 보인다. 재원조달을 위한 방안도 다양하다. 소득세율을 높이자는 의견,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는가 하면 비과세ㆍ감면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명분과 장단점은 지니고 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감면축소를 통한 재원조달 방안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과제 역시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고 험난하다. 지난해 국세감면규모는 30조원으로 국세 수입액의 17%에 달하고 있다. 감면액의 20%만 줄이면 6조원의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니 재원조달의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감면을 줄이려고 보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면을 줄이자는 총론에는 모두 찬성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해가 엇갈리고 수혜 계층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국세감면의 70%는 근로자ㆍ농어민ㆍ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는 근로소득 공제제도 등 각종 공제로 인해 근로소득의 70%가량이 과세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100원을 벌면 30원만 과세되는 셈이다. 그 결과 근로자의 40%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농민(작물재배농가를 말한다)은 아예 소득세가 없다. 그리고 농어민에게 공급되는 유류, 농업용 기자재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는데 지원규모가 연간 3.8조원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어떤가.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3% 내외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감면이 되는 셈이다. 국가재정법상 감면을 억제하기 위해 감면률의 한도를 두고 있음에도 감면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감면축소의 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타당성이 떨어지는 감면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음식점에 대해서는 의제매입세액공제라 해서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다. 쌀, 고기 등 각종 식재료 구입액의 8%를 부가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인데 음식업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것이 주된 감면이유다. 지원규모가 무려 1.4조원이나 되는데 세출예산이라면 그 많은 돈을 음식업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할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업종은 덜 어려워서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감면에 대한 명분이 약함에도 존재하는 것은 그 집단의 정치적인 영향력 탓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감면축소의 해법은 경제ㆍ사회적인 논리로 납득하기 어려운 감면부터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제당국의 결연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 특히 정치권의 인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구호만 있는 감면축소는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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