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의 어려움을 야기했던 파라자일렌(PX) 시황이 회복 기미를 보여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PX 설비 신·증설을 마쳤지만 최근까지 제품 시황이 바닥에 머무르면서 생산감축, 실적 부진 등에 시달려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제 시장에서 파라자일렌(PX) 가격은 지난 27일 기준으로 지난주보다 무려 103달러(7.5%) 상승한 톤당 1,48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3월 둘째 주 톤당 1,174달러에 비해 300달러 이상 상승한 수준이며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PX는 폴리에스테르섬유 및 페트병 등의 원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기초 화학제품이다. 국내 정유 4사는 물론 삼성토탈·롯데케미칼·효성 등 대형 석유화학 업체들도 생산하고 있다.
한때 PX가 효자 노릇을 했지만 국내 정유 및 유화 업체들이 설비 확대를 마무리할 무렵부터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해 올해 3월부터 5월 초·중반까지는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인 톤당 1,100달러 후반~1,20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이유는 PX를 원료로 쓰는 테레프탈산 아세테이트(TPA)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했지만 PX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들의 가동률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당초 중국의 PTA 공장 가동률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앞다퉈 PX 증설 투자에 나섰지만 중국의 PTA 공장 가동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PX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PTA 설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PX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PX 생산을 줄이고 신규 설비의 가동을 늦춘 데 따라 초과공급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도 가격 반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익 지표인 'PX 스프레드' 역시 개선되고 있다. PX 스프레드란 원료인 나프타 가격과 PX 가격의 차이인데 올해 3월과 4월 톤당 2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이 지난 20일에는 498달러까지 반등했다. 이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다. 업계는 PX를 생산해 수익을 내려면 스프레드가 최소한 200달러는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업체에 걸친 감산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하반기 SK울산아로마틱스·SK인천석유화학·삼성토탈의 신규 설비가 본격 가동하면 다시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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