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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헌 기법 충실 '제대로된 紙佛' 만드는 게 꿈"

전통한지공예 기능전승자 평산 김 한 수 씨

평산 김한수

'종이 지(紙)'자에 '죽 호(糊)'자를 쓰는 '지호공예'는 단어 그대로 '한지죽공예'를 뜻한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신문지 종이죽은 만들기 쉬운 반면 잘 부서지지만 전통기법의 '지호'는 던져도 깨지지 않으며 병이나 그릇ㆍ대야로 쓸 수 있을 만큼 방수력도 좋다. 하지만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성행한 지호공예는 오늘날 그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전통한지공예 기능전승자인 평산 김한수(71)씨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전수자로 평생을 지호공예에 바쳤다. 14명의 제자와 함께 한 전시 '지호와의 동행'이 시작된 지난 25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31에서 그를 만났다. "열 살 무렵, 어머니가 외할머니께 배운 지호기법을 어깨너머로 배운 게 시작이었죠. '지호' 때문에 고향인 경남 통영을 떠나 전남 화순으로 삶터를 옮겼어요. 지공예 재료가 풍부하고 물과 기후가 적합한 곳이라서요." 지호공예는 불교가 왕성했던 고려, 잦은 전란으로 이동성이 중요했던 조선시대에 '지불(紙佛)'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 조선 후기에는 배불정책으로 불상 제작이 줄어든 대신 민간으로 파고들어 각종 병과 소반ㆍ함을 만드는 데 쓰였다. 하지만 서양문물의 유입이 지호공예의 입지를 흔들었다. 김씨는 "양은ㆍ스테인리스 등이 '지호'의 자리를 대체한데다 종이공예품은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쓰이는 바람에 대부분 소실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옛 유물과 역사적 기록을 찾고 전통기법에 대한 용어를 정리하는 것은 평생을 건 나의 숙원"이라며 "전통 문헌의 기법을 충실히 따른 '제대로 된 지불'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지호공예에는 한지 제작에 쓰이는 닥이 주원료가 되지만 벌레가 꼬이는 것을 막는 유황과 백반, 변색을 방지하는 오래된 기와를 간 가루, 접착력을 강화하는 제비집과 한천, 응고작용을 돕는 송진, 방부제 역할을 하는 1년간 곰삭힌 밀가루 등 14가지 이상의 전통재료가 들어가야 한다. 재료를 구하기도, 기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같은 전통기법의 대표작부터 현대식 작품, 제자들의 공예품까지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2월1일까지. (02)732-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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