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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제와 사회적 책임

현재 개인파산 신청자의 95%는 면책 결정으로 빚을 탕감받고 있다. 물론 개인파산자가 된다는 부담은 있지만 사실상 모두가 빚 독촉이라는 멍에에서 해방되는 셈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한 개인파산 신청자는 1,800여명. 올들어 2월까지 벌써 730명을 넘어섰다. 개인파산 신청자의 평균 빚은 1억~2억원인데 지난해에만 2,000억~3,000억원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결국 채권자는 돈을 떼이게 된다. 지난주 `개인채무자회생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회생제도는 통합도산법의 일부였지만 신용불량자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에 밀려 분리돼 홀로 입법화됐다. 개인파산제나 개인워크아웃과 비교할 때 개인회생절차의 변제율은 8년간 원금의 50% 정도. 즉 채권자는 50%의 돈만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국가가 강제로 빚을 탕감하는 데 대해 채무자에게만 너무 유리하다, 채권자의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더욱이 채권자가 금융회사라면 모르지만 채무자와 같은 일반 개인일 경우에는 피해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파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가 가진 철학의 문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고 당사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도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이해관계의 대립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면책`이라는 제도를 통해 새 생활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파산법의 취지”라며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고 어설프게 돈을 빌려줬다가는 바로 떼일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균형추는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돈이 돈을 버는 사회, 신용공급 과잉인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하는 손실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달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파산이유를 보면 사업실패ㆍ생활비ㆍ질병 등으로 인한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아직 우리 사회에 이렇다 할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수문 기자 <사회부>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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