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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플루토에서 아침을'

유쾌함 속에 스며있는 아일랜드 아픈 현대사


닐 조던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일랜드라는 나라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크라잉 게임', '푸줏간 소년', '마이클 콜린스'등의 영화들을 통해 그는 아일랜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녹여왔다. 그의 신작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닐 조던의 모든 영화 중 가장 유쾌하고 낙천적이지만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아일랜드에 대한 사랑이라는 면에서는 전작들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은 극중 주인공의 입을 빌려 "나는 정치에도 관심 없고, 아일랜드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없다"고 시치미를 떼지만 소수자의 입을 빌려 유럽의 변방 아일랜드의 아픈 현대사를 전하는 영화 속엔 그의 나라 사랑이 깊게 읽힌다. 영화의 주인공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 패트릭(킬리언 머피).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림받고 신부(리암 니슨)에게 키워진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그는 여장을 하고 '키튼'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선다. 아픔을 가슴에 품고 있음에도 장미와 사탕을 즐기며 시종 유쾌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키튼. 어느날 그는 자신의 생모가 런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키튼이 만나고 교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의 밑바닥 사람들. 그 스스로가 소수자인 주인공이 창녀, 폭주족, 장애아 등 소외된 사람들과 교감하며 유쾌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영화의 스토리를 통해 감독은 소수자에게는 너무나 힘들고 부조리한 현실을 교묘하게 꼬집는다. "나는 심각한 것은 질색"이라고 말하는 낙천적인 주인공의 좌충우돌 이야기 위에 아일랜드의 정체성과 현실에 대한 은유를 녹여 놓은 감독의 솜씨도 일품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테러 등 아일랜드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대리 체험하게 된다. 같은 아일랜드를 무대로 하고 있고 역시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지난해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듯. 여장남자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한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빛난다. 때론 능청스럽게 코미디를 해야 하고, 때론 고뇌에 찬 모습도 연기해야 하는 키튼이란 복잡한 인물의 진면목이 그에 의해 스크린에 살아난다. 영미권 젊은 배우 중 주목해봐야 하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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