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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급변하는 롯데… 키워드는 'B·G·M' - < 1- Bold > 대담해진 신동빈 회장

신속·과감·도전… 후계 승계 앞두고 보수 껍데기 던져버리다

KT렌탈 1조 베팅 이어 4조 규모 면세점 WDF 인수 검토

'변화' 적극 주도… 형 신동주와 확실한 차별화 나선 듯


롯데그룹은 농심과 더불어 재계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그룹으로 통한다.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은 나이가 들어도 광고와 제품까지도 세세하게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 '튀는 것'을 반겨하지 않는다. 이는 창립 48년을 맞는 동안 숱한 경제 위기가 오는 동안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룹 경영을 지휘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그런 '피'를 물려 받은 것처럼 보였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재계의 한 고위 인사는 신 회장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이 참 젠틀하죠. 그래서 조금 친해지기 힘든 것도 있고…."

기업인들 사이에서 신 회장은 이처럼 언제나 깍듯하고 점잖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기자들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1분 1초가 아까운 대기업 회장이지만 그는 재계 행사 등에서 마주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최대한 정성스럽게 답한다.

스케줄을 핑계로 내키지 않는 기색을 종종 내비치는 여타 대기업 오너, 최고경영자(CEO)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발음은 다소 어색하지만 끝까지 상세히 답변한 후 "이 정도면 답이 됐느냐"며 확인하기까지 한다.

이는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신중하고 보수적'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그런 롯데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너인 신 회장이다. 최근 롯데그룹은 '롯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연일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 전략을 꺼내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단골손님이고 글로벌 무대에서 덩치가 큰 곳에는 어김없이 인수 후보에 끼어 있다. 재계의 '뉴스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는 신 회장, 그는 요즘 자신의 색깔과 너무나 다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회장님이 달라졌다'=가장 주목을 받은 소식은 KT렌탈 인수전이다. KT렌탈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만 해도 시장 가치는 7,000억원으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이미 렌터카 사업을 영위해 온 SK네트웍스로 점쳐졌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 롯데그룹 등이 1차 본입찰을 마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진행된 2차 본입찰 직후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롯데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설 연휴 첫날인 18일에는 롯데그룹이 'KT렌탈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롯데 측은 구체적인 가격과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SK네트웍스보다 1,000억원 높은 1조원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수차례 M&A를 단행하기는 했지만 유통업체 혹은 유통과 직결되는 분야의 기업을 사들이는 등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온 신 회장의 과거에 비춰보면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KT렌탈뿐만이 아니었다. 롯데는 24일 전 세계에 495개 매장을 가진 세계 6위 면세점 월드듀티프리(WDF)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이 무려 4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는 '빅딜'이다. 201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실시한 M&A(13건)의 총 인수 가격과 맞먹는 규모다.

신 회장은 실제로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도전과 변화를 부쩍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전과 변화(Challenge & Change)'를 주제로 한 지난해 11월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기존 사업을 위협하는 아이템이나 사업이 있다면 바로 그 사업을 최우선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롯데를 포함한 국내 기업에서는 듣기 드문 이야기다. 이는 롯데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의 연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신 회장은 내년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의 97층 건설 현장에 직접 올라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도 나서고 있다.

◇'승계 코앞' 책임감·환경변화 위기감이 동력=신 회장이 이처럼 롯데의 변화를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이유로는 승계를 앞둔 오너 경영자로서의 책임감이 꼽힌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전히 그룹 경영의 방향과 주요 사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령인 만큼 신 회장이 그룹 운영의 전권을 승계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격호 총괄회장도 점차 신 회장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있고 신 회장 역시 점차 경영인으로서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보수적인 롯데가 아니라 과감한 롯데로 변신, 신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자들을 멀리 따돌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 더욱 가속도를 붙인 사건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신경전이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양쪽 모두의 지주사로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8일 사이, 고작 2주 동안 일본 롯데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모두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배경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의 경영활동에만 집중하지 않고 롯데제과의 지분을 늘리는 등 형제 간의 '묵계'를 깨는 행보를 보인 탓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제과의 지분 격차를 1.4%포인트로 유지해온 바 있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롯데제과는 신 회장이 지분 5.34%를 보유하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도 경영권을 빼앗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과적으로 장남을 제치고 그룹을 승계하게 될 신 회장으로서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시기다.

한편 급격한 시장 환경의 변화와 위기의식도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옴니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 유통 서비스의 융합)' 사업 육성을 강조해온 그는 사장단 회의에서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신기술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쟁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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