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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00엔 시대] <하> 이도저도 못하는 한국 외환당국

엔캐리자금 대량 상륙 조짐… 신흥국과 공동대응 서둘러야<br>일본 투자금 한국서만 주식·채권 지속 매수<br>헤지펀드 가세 땐 금융시장·수출 타격 불가피<br>국제 리더십 발휘로 '묘책없는 상황' 극복 필요




[1달러-100엔 시대] 이도저도 못하는 한국 외환당국
엔캐리자금 대량 상륙 조짐… 신흥국과 공동대응 서둘러야일본 투자금 한국서만 주식·채권 지속 매수헤지펀드 가세 땐 금융시장·수출 타격 불가피국제 리더십 발휘로 '묘책없는 상황' 극복 필요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일본의 엔저 공세가 주요20개국(G20)에 이어 선진7개국(G7) 회의에서 다시 한번 용인되면서 외환당국이 코너에 몰렸다. 가파른 엔저를 틈타 투기자본의 변덕이 심해지고 있고 당장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기반한 달러 강세와 일본이 작심하고 펼치는 엔저 정책에 끼여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조합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정부가 촉각을 세우는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 즉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다. 최근 글로벌 자금흐름 상황을 보면 한국이 엔캐리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더욱이 엔캐리 자금의 국내 상륙에 한발 앞서 치고 빠지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저성장에 비틀대는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투자자 '입질' 시작하나=13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 2월과 3월 두달 연속으로 한국에서 주식ㆍ채권을 순매수했다. 한국에 유입된 일본 자금은 총 282억엔(약 3,092억원). 아직 작은 규모지만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팔고 일본 국내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서만 유독 순매수를 보인 데 대해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적잖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엔캐리 자금이 한국에 대량 유입될 경우 원화 가치를 급등시켜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유입됐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현재 엔캐리 트레이드의 유인이 완벽히 갖춰졌다고 본다. 첫째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둘째 일본 내외금리차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셋째 글로벌 시장이 안정되는 등 엔캐리 트레이드의 세 가지 조건이 다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닛케이지수가 주춤거리면 일본 자금이 국내에 몰려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일본이 아직 양적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임을 감안하면 일본은행(BOJ)의 엔저 선전 효과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전쟁 틈바구니에 낀 당국=환율전쟁에 이제 막 뛰어든 당국의 긴장감을 더 높이는 것은 글로벌 헤지펀드다. 엔캐리 자금이 지난달부터 해외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본 자금이 갈 만한 투자처를 선점하면서 훑고 다니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이를 엔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이어질 것을 확신하는 헤지펀드의 베팅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8일 이례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 명의로 "재정환율 및 자금 유출입 등 외부요인에 편승해 우리 외환시장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확대시키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긴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엔 환율은 직접적으로 거래되지 않는 '재정환율'이다. 원ㆍ달러 환율과 달리 당국 입장에서는 영향력을 미치기가 훨씬 어려운 싸움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가 원ㆍ엔 환율을 잡을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하, 원ㆍ달러 환율을 통한 간접적 개입인데 첫번째 카드는 이미 썼다"며 "솔직히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며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한 덕에 그나마 원화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ㆍ엔의 디커플링 현상은 잦아든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일본 아베노믹스의 진정한 후폭풍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엔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흥국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우리도 오는 9월 G20 정상회의까지 신흥국과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양적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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