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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의 발빠른 비자 승인으로 3ㆍ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을 빠져나간 다국적기업 임원 등이 줄줄이 홍콩에 둥지를 틀고 있다. 홍콩이 도쿄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지진 발생 6일 뒤인 지난달 17일부터 일본을 탈출하는 다국적기업 간부와 가족에게 통상 6~8주 걸리던 비자를 이틀만에 발급해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홍콩 이민당국(홍콩특구 입경처)의 비자 신속승인절차 시행으로 지난달 17~31일 2주일 동안 270건의 비자 신청ㆍ승인이 이뤄졌고 250명 이상이 홍콩에 입국했다. 이들 말고도 300여명이 홍콩 비자와 관련된 문의를 해와 ‘도쿄→홍콩 엑소더스’ 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주간 금융계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기업 간부 등 270명이 1년짜리 홍콩 비자를 발급받았다. 158명은 취업ㆍ투자, 62명은 이들의 피부양가족, 49명은 비자 연장, 1명은 공부가 목적이었다. 피부양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부사장, 수석 매니저, 애널리스트, 전략분석가 등으로 월 수입이 10만~20만 홍콩달러(1,400만~2,800만원) 이상이며 국적은 유럽ㆍ미국ㆍ일본 등이다. 에릭 찬(陳國基) 홍콩 입경처장은 “우리는 대지진 이후 다국적기업과 인적자원관리회사들로부터 ‘일본을 떠나고 싶어하는 임직원들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받고 신속 비자승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도쿄 대체지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다른 나라를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홍콩 비자를 받은 전문가들이 홍콩에 장기간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준 것은 홍콩 역사상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대지진 이후 일본을 떠난 전문직 종사자들은 홍콩 이외에도 대만ㆍ호주ㆍ미국 등으로 떠났다. 홍콩에 온 한 다국적기업 간부는 SCMP 기자에게 “도쿄를 떠난 것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사무실이 크게 손상돼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시간은 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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