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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15일] <1448> 로열 소사이어티


국왕 찰스2세가 쟁쟁한 학자들에게 물었다. ‘어항에 살아 있는 붕어를 넣으면 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지만 죽은 붕어를 넣으면 무게가 늘어난다. 왜 그런가?’ 즉답이 안 나왔다. 국왕 앞에서 ‘자기 검열’ 속에 똑 부러진 대답을 찾느라 미적거리는 동안 젊은 학자가 의견을 내놓았다. ‘실험을 합시다. 현상을 토론하기보다 실험이 우선입니다.’ 국왕에 대한 불경죄와 반역죄로 간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실험은 진행됐다. 결과는 통념과 달리 산 붕어를 넣은 어항이나 죽은 붕어를 넣은 어항의 무게가 똑같았다. 실험을 지켜본 왕은 이렇게 말했다. ‘Odd Fish!’ 직역하면 ‘기묘한 물고기’지만 실생활에서는 ‘똑똑한 사람’ 또는 ‘네가 맞다’는 의미로 쓰인다. 관념보다는 실험을 중시한 이 단체는 왕립학회. 정식 명칭은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Royal Society of London for the Improvement of Natural Knowledge)’다. 과학자 몇몇의 비공식 카페 모임으로 1645년 시작돼 1662년 7월15일 국왕의 칙허로 ‘왕립’이라는 칭호를 붙인 왕립협회는 근대 과학과 천문학ㆍ수학 발전을 이끌었다. 왕립협회가 1665년부터 펴낸 ‘철학회보’는 최초의 정기 간행 학술지로 손꼽힌다. 학자들의 자비로 운영된 왕립학회는 쿡 선장의 태평양 탐사와 경도를 측정하는 해상시계 발명,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증명으로도 유명하다. 문턱도 낮았다. 신분과 학벌에 관계없이 재능이 있으면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패러데이가 정회원으로 우대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영국의 도약을 뒷받침했다. 이른바 ‘원로’들의 박제된 지식만 모아놓은 한국과는 출발부터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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