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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시장 급팽창 배경ㆍ실태] “경기불안” 뭉칫돈 대거 피난

프라이빗뱅킹(PB)시장의 급성장세는 거액 자산가층의 불안 심리 또는 투자 회피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사태 등 국제정세에 대한 불안감에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개혁 색채가 강한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 시기적으로 겹치자 극도로 예민해진 `부자`들이 일단 안전한 은행으로 피신하자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측면 보다는 `원금`을 까먹지 않는 `도피처`로 PB 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비밀유지와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불안해서 찾는다=국내외 불안 요인들로 인해 은행을 찾는 거액 자산가층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새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등 개혁 색채가 강하다는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강남지역에 있는 J은행의 한 PB지점은 지난 두달 동안 200여명의 새로운 VIP 고객을 유치했다. 이 지점의 PB담당자는 “거액 예금주들은 의외로 세무ㆍ법률정보에 어두운 경우가 많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왔다가 전문가와 상담을 한 후 안도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투자처에 예치=이 같은 PB 고객들의 불안심리는 그들이 찾는 투자상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액 예금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해외 뮤추얼 펀드나 단기 수익증권이다. 은행들은 이 같은 요구에 맞춰 PB센터 전용상품들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외환은행은 해외의 유명 투자은행과 증권사와 제휴해 해외전용 투자펀드6가지를 오는 4월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뮤추얼 펀드 슈퍼마켓 시스템(MFS)을 개발해 고객들의 자유로운 해외투자를 돕고 있다. 제일은행도 안전하면서도 언제든지 예금을 현금화 할 수 있는 신종MMF와 클린 MMF를 PB고객들에 대한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다. ◇PB시장, 매년 20%대 급성장=전문가들이 추산하는 국내 PB시장의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00조원(1억원 이상 예금자 기준). 그러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매년 20%대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250조원, 내년에는 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급격히 달라지는 금융환경과 은행들의 마케팅 공세가 PB시장의 성장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오는 8월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은행이 예금 뿐 아니라 보험, 채권, 수익증권 등을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다양한 서비스로 인해 결국 거액 예금주들은 자연스럽게 은행의 PB의 자산관리 시스템에 흡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법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은행들이 PB사업에 너나 없이 뛰어들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부유층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세금 문제이다 보니 PB 센터가 절세를 넘어 각종 탈세 방법까지 알려주는 `불건전한 자문`에 매달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무기명채권의 거래가 주로 강남의 은행 PB영업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H은행의 한 PB담당자는 “상속에 관한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세무ㆍ회계사와 변호사까지 동원해 각종 편법을 알려주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진우,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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