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6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원·엔 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800원대를 밑돌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탓으로 해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환율변수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46%(9.87포인트) 하락한 2,147.67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만에 2,150선 밑으로 밀렸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은 3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6거래일 만에 순매수 행진을 멈췄다.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전일까지 총 4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기관은 756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6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원·엔 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800원대에 진입하는 등 환율 변수가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엔 환율 급락에 따라 수출주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며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를 줄어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005930)(-2.08%), 현대차(005380)(-1.99%), 현대모비스(012330)(-1.23%), 기아차(000270)(-3.47%) 등 주요 수출주는 환율변수에 영향을 받아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아울러 4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관망심리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발표될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에 따라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연준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FOMC와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매수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결과가 앞으로 외국인투자가의 스탠스를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가 추세적인 이탈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팀장은 "지금까지 돈이 증시를 끌어올린 유동성 장세였다면 이제는 실적 장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가는 등 기업이익이 호조를 보일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코스피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환율이 부담은 되지만 국내 경제의 거시적인 변수나 유동성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적도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지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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