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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벨트'의 꿈과 현실] <2> '동화속 프로젝트' 관광허브
입력2005-06-02 18:56:41
수정
2005.06.02 18:56:41
"中·日등 틈새서 샌드위치 될수도" <br>테마파크·골프장 등 경쟁 뒤져 성공 장담못해<br>"L벨트 만들어도 교통인프라 미흡땐 관광객 외면" <br>중복·과잉투자 우려…허점투성이 계획 보완을
['L벨트'의 꿈과 현실] '동화속 프로젝트' 관광허브
"中·日등 틈새서 샌드위치 될수도" 테마파크·골프장 등 경쟁 뒤져 성공 장담못해"L벨트 만들어도 교통인프라 미흡땐 관광객 외면" 중복·과잉투자 우려…허점투성이 계획 보완을
특별취재팀=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현상경기자 young@sed.co.kr
쇼핑의 천국 홍콩. 이곳 남부 란타우섬에는 지금 38만평의 바다를 매립하는 거대한 역사가 한창이다. 오는 9월이면 이곳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현지 가이드는 “이 시설만 완공되면 홍콩의 관광산업은 한 단계 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흥분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을 겨냥해 홍콩을 ‘아시아의 놀이동산’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홍콩 디즈니랜드’. 그 거대한 프로젝트는 이미 이렇게 완성단계에 들어서 있다.
환경단체의 엄청난 반대에도 홍콩 정부는 수년 전부터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왔고, ‘쇼핑 홍콩’이 아닌 ‘레저 홍콩’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작업을 사실상 끝냈다. 덕분에 놀이동산 내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완료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겨냥, 아시아 최대 해양공원인 오션파크를 2010년까지 5,500억원을 들여 전면 개ㆍ보수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오션파크는 한해 평균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 테마파크다.
연간 30억달러에 이르는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 이 적자규모를 깨겠다며 국가적 운명을 걸고 덤벼든 ‘L벨트’ 프로젝트는 치열해지고 있는 동아시아 관광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웅대한 비전을 담았다. 현 정부는 제조업 이상의 경쟁력을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었을지 모른다. L벨트는 그들에게 희망의 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꿈을 꾸며 내놓은 청사진은 어쩌면 몇 발짝 앞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홍콩과 중국ㆍ일본 등 경쟁국의 틈바구니에서 퇴색돼 ‘동화 속 프로젝트’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쟁 국가들은 관광 허브를 표방하며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성과물도 드러나 있는데 우리는 이제 그림조차 완성하지 못했으니….
21세기 관광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테마파크를 살펴보자. 일본을 방문했을 때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도쿄에 위치한 디즈니 시(Sea)가 바로 그곳이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이틀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볼거리ㆍ탈거리ㆍ먹거리 등도 풍부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쿄 외곽에서 지하철로 1시간 정도 거리에 디즈니 시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디즈니 시 외에도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도쿄의 디즈니랜드, 규슈의 하우스 텐보스 등 20여개의 테마파크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내로라하는 관광지마다 레저시설이 들어서 있다.
테마파크의 주제도 다양하다. 사무라이 시대를 재현한 곳도 있고 세계 유명 건축물을 테마로 한 공원도 있다. 네덜란드를 그대로 옮겨놓거나 미 서부 개척시대를 담은 곳도 있다. 일본 지자체들은 또 2~3년 전부터 바다를 매립,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자국 내 수요 흡수뿐 아니라 관광 허브 육성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선전에는 서남아시아 최대 규모?수상공원, 소인국, 세계의 창 등의 테마파크가 세계인을 유혹하고 있다. 지린에는 창천영화 스튜디오 테마파크가 최근 개관했고 시안과 다롄에는 당 부용원과 선 플라자 등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에는 미국의 유니버설이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현재 에버랜드, 용평ㆍ무주 리조트 외에는 동아시아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테마파크가 없다.
항공 등 인프라 시설도 뒤처져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일본과는 23개의 직항로가 개설돼 있다. 중국도 24곳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경쟁국의 관광지역을 갈 수 있는 항로는 해외 곳곳마다 널려 있는 반면 우리가 기껏 L벨트를 만들어봤자 그들이 올 수 있는 길은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그리 찾아볼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 외에는 마땅한 항공시설이 없고, 그렇다고 항공 시설을 늘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외국인들이 J프로젝트 내의 테마파크를 구경하려면 공항에서 내려 차로 몇 시간을 가야 비로소 가능하다.
레저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디즈니 시가 세계 5대 테마파크로 부상한 데는 도심과 인접해 있는 등 교통여건이 뛰어난 것이 한몫을 하고 있다”며 “서남해안권 관광벨트의 경우 교통 인프라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관ㅀ뉘湧?끌어오겠다면서 정작 그들이 한국에 와서 타고 다닐 체계적인 교통 인프라에 대해서는 별다른 그림조차 그리지 않은 채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고 있는 셈이다. 국가 경제의 틀을 전면적으로 전환, 아시아의 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이처럼 허점 투성이다.
골프장을 대거 건설해 동아시아 관광객을 유인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일본ㆍ중국의 골프장 현황을 보면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골프장은 2,440개로 전세계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도 230개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196개에 불과하다. 중국ㆍ일본은 테마파크뿐 아니라 골프장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정부는 서남해안 관광벨트를 구축하는 대의 명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중국인 해외 여행객만 해도 2010년 6,000만명, 2020년 1억명에 이른다. 서남해안의 관광레저도시가 지역발전 및 레저산업 도약의 선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북아 관광허브의 경쟁 상대국인 중국ㆍ일본ㆍ홍콩은 이미 한국을 한참 앞질러가 종착역을 앞에 두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관광 코리아가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서남해안 관광벨트가 ‘한여름밤의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로 끝나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반전의 모티브가 절실하다.
입력시간 : 2005/06/0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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