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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가격 요동

러-우크라 '3차 가스전쟁'

7월물 8.8% 치솟다 1.8%로 마감

재고 많아 당장 큰영향 없겠지만 사태 길어지면 '혹한' 재연될 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1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의 가스값이 '3차 가스전쟁' 우려 속에 껑충 뛰었다. 하지만 여름이라 난방용 수요가 없고 과거 가스전쟁의 경험으로 유럽 국가들이 재고를 충분히 쌓아놓은 상태여서 공급중단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이 체불한 가스값 미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공급을 중단한 이날 런던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천연가스 7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8.8%나 뛴 섬(영국식 가스량 표시단위)당 45.55펜스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달 13일 이후 최고치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지난 3월3일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까지 5일 동안 13%나 올랐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3분의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데다 그 수입량의 절반을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여오는 유럽 국가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영국 ICE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520억㎥로 역대 최고라는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스전쟁이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철에 벌어진데다 재고도 충분하고 대체 수송로도 확보돼 있어 파괴력이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과 2009년 가스공급 중단으로 전 유럽이 혹한에 떨었던 '학습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업계 이익단체인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GIE)에 따르면 15일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은 천연가스 최대 비축량의 65%까지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2010년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에 이르는 가스관 노드스트림이 완공되면서 대체 수송로도 갖췄다. 게다가 지난 겨울 유난히 따듯한 날씨로 가스수요가 줄어 올 초부터 가스값은 4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영국의 컨설팅 업체 에너지애스펙트는 가스값이 최대 5.6%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협상이 가을·겨울철까지 길어질 경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올겨울 가스수요는 180억~190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일 낸 보고서에서 여름철 가스수요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길어지면 유럽이 가스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가스프롬이 EU로 공급되는 가스까지 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티에리 브로 소시에테제네랄 분석가는 "또한 러시아가 유럽으로 통하는 모든 가스공급을 끊으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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