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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손익계산서
입력1998-10-11 15:58:00
수정
2002.10.21 23:09:25
IMF(국제통화기금)시대가 온 이후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많은 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소비를 줄이고 내핍하는 이른바 「아나바다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소비를 촉진시키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외제를 쓰지 않아야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얘기한다. 하지만 만일 외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역시 그 나라에 수출할 수가 없다. 또 우리에게 자금을 대준 외국은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을러댈 것이니 국산품 애용이란 말도 하기 어렵다.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니 노동자들이 참으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당장 생계가 막막한 그들은 자칫 사회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에 새로운 직장을 마련해주지 않을 수 없다. 전국민을 하나의 힘으로 묶어 대약진을 하고 싶지만 뾰족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좀 참으라는 말 밖에 딱히 주문할 말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현 상황이 오히려 국민과 기업에는 진정한 시장경제 속에서 생존경쟁을 스스로 겪게 만드는 순기능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악처를 둔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한 적이 있다. 「만일 당신이 좋은 처를 만난다면 당신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악처를 만난다면 당신은 철학자가 될 것이다.」
IMF환경은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키워 나갈 수 있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듯 싶다. 지금까지는 분별력 없이 남의 뒤만 따라가다 일이 제대로 안되면 모두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의식을 분명히 새겨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때다.
정부가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한 도움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기보다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 개개인이 일을 스스로 대처해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개혁이란, 말 그대로 옛것은 없애고 새것을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잘못된 것은 없애고 교과서에 있는 「제대로 된 것」이 자리 잡아야 할 때다. 모두가 자기 소임을 제대로 할 때 우리는 개혁이 필요 없는 「제대로 된 세상」을 맞게 될 것 같다. IMF가 이런 유토피아를 가져다 준다면 더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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