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 "정부 조금만 도와주면 섬유산업 재도약"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신임 회장<br>세계최강의 개발·생산·마케팅 노하우 살아있어<br>인재양성위한 교육의 場마련 정책적 지원 절실<br>대기업-中企협력시스템 갖추면 '윈윈'할것


“농부처럼 묵묵히 46년간 섬유 외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섬유업체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일가를 이룬 경영인이라 섬유업계의 수장으로도 기대를 뛰어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노희찬(사진) 신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만나기에 앞서 주변 섬유인들에게 들었던 평가다. 지난 7일 섬산련 회장에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이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의외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역대 섬산련 회장이었던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성철 신원 회장 등은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만한 재계 인사들. 이들에 비하면 노 회장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다. 올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양국 의회 비준, 2단계 개성공단 사업 등 섬산련에서 할 일이 많은 해. 노 회장이 3년 임기 동안 어떻게 섬유업계를 이끌 생각인지 궁금했다. 지난주 초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를 찾았다. 노 회장은 “어렵게 회장 자리를 수락한 만큼 재임기간 동안 우리 섬유산업의 재도약 기반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 회장은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섬유업계에는 개발과 생산ㆍ마케팅 노하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고 정부가 연구개발이나 인재양성 부분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섬유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섬산련 회장에 추대된 뒤 이를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말도 마세요. 사실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혹스러웠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제 다음 회장에게는 이런 고민을 덜어주려고 해요. 회장 임기 종료 2개월 전에 차기 회장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제 임기 중에 구축하려고 합니다. 아무튼 어렵게 수락한 자리인 만큼 섬유산업의 재도약 기반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시대를 리드하는 섬유ㆍ패션 산업이 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지난해 섬유산업 수출액이 상승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앞으로도 이 흐름이 이어질 수 있습니까. ▦개인적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바닥을 드디어 쳤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탄력을 받아 섬유업이 옛 위상을 찾아가는 모양새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섬유업은 농업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의식주 중 하나이고 요행이라는 게 없어요. 투자를 대폭 늘려도 성과가 크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성실하게 땀 흘린 만큼 대가가 온다고나 할까요. 섬유 수출액 상승 반전은 모든 섬유인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많지요. ▦맞습니다. 섬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것보다 고용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큽니다. 수치로 보면 섬유산업 생산액은 GDP 중 4.1%에 불과하지만 고용인구 수는 전체의 8.5%, 업체 수는 전체 제조업 중 14%입니다. 저는 시장 옷가게 점원 등 의류유통 종사자도 섬유업 인구로 봅니다. 뿐만 아닙니다. 홈인테리어 등 섬유가 많이 쓰이는 분야 종사자도 넓게 보면 섬유인구입니다. 이로 미뤄볼 때 섬유업 발전이 낳을 국민경제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연합회 차원에서 섬유인구를 자세히 조사하고 파급효과까지 예상해볼 생각입니다. -요즘 개성공단에 섬유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남북경협에는 정지척 리스크라는 치명적 한계점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 섬유산업의 현실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섬유산업의 여러 공정 중 특히 노동집약적 분야인 봉제는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했어요. 여기서 개성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나옵니다. 그들의 월 평균 임금은 60달러입니다. 중국 180달러, 인도네시아 190달러, 베트남 1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북측 인력은 말이 잘 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존심도 대단히 강해 일에 책임을 질 줄 압니다. 물론 남북경협은 정치적인 문제에 따른 외부변수의 변동성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삼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라도 약속대로 빨리 해결하자 이겁니다. 더 나아가 원산지 문제 등까지 해결되면 한국 섬유업은 큰 전기를 맞게 됩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밀려들어오는 저가상품 시장도 방어할 수 있어요. -물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지요. ▦맞습니다. 사업에서 시간은 곧 코스트거든요. 스피디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개성의 큰 장점입니다. -국내의 노후설비를 북측에 이전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계신다고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섬유산업도 이제 최첨단 설비가 곧 국제경쟁력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 상대적으로 낡은 설비가 많은데 이 기계들을 버리기는 아깝잖아요. 그런데 이걸 북에 옮기면 저임금 우수 인력과 결합돼 엄청난 시너지가 생깁니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겁니다. 일단 정부와 협의해 50억원어치는 보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더 협의해봐야 하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보고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관건은 개성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느냐는 점 아닌가요. ▦그런 부분을 기업이 푸는 건 한계가 있지요. 그러나 큰 덩어리의 정치적 이슈가 해결되고 정부가 섬유산업을 조금만 도와준다면 나머지는 업계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코스트를 커버하기 위해 온두라스까지 달려간 게 한국 섬유인들의 근성입니다. 한국 섬유업계는 한때 세계시장의 강자였어요. 개발ㆍ생산ㆍ마케팅 노하우가 다 남아 있습니다. 개성만 풀리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부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인재양성 부분만 도와주면 됩니다. 정부와 업계의 다리 역할은 섬산련이 할 겁니다. 특히 섬유산업에 투입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좋은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하는 것은 모든 업종이 마찬가지지요. 섬유업계도 상징적인 자체 교육기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무역아카테미 같은 과정 말입니다. ▦좋은 점을 지적하셨어요. 섬유업계도 십시일반해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학비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덧붙이자면 규모에 관계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이 있으면 이것 또한 업계에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 중 과거 섬유와 무관했던 곳이 없습니다. 이들이 섬유업과 인연을 끊지 말고 세계 최고의 공장 하나씩만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에 대해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반면 코오롱 같은 업체는 농반진반으로 “우리는 이제 섬유업체가 아니다”라고 하는 등 분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대기업이 움직여줄까요. ▦과거에는 대기업 종합상사가 상품 방향을 정하고 알아서 팔아주고 중소기업은 그저 만들기만 하면 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때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보고 섬유업 좀 열심히 하라고 하면 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공정 간 협력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크게 섬유업을 원사ㆍ직물ㆍ봉제ㆍ트레이딩 및 마케팅의 네 공정으로 나눠보면 대기업이 들어와 재미를 볼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해 개발하고 만들고 시장을 개척해서 팔자 이겁니다. 그러면 윈윈할 수 있어요.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디지털 시대에는 99%가 기계입니다. 세계적인 설비가 가장 낮은 코스트와 높은 품질을 보장합니다. 기본적인 설비 경쟁력이 없으면서 노력만으로 뭘 해보겠다는 시대는 지났어요. 그래서 저는 정부가 시설자금의 이자 2~3%를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개별 업체들은 사업을 접든지, 첨단설비로 무장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심하게 됩니다. 업계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지요. 일부 지자체들이 일부 산업에 대해 이렇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섬유업계의 수장으로서 3년 임기 동안 어떤 일에 집중하실 생각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섬유ㆍ패션 산업 구조개선, 기술혁신, 인재양성, 국제통상, 디자인ㆍ마케팅력 보강 등에 집중하겠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FTA가 잘되도록 측면 지원하고 남북경협 및 교역확대를 위해서도 역할을 하겠습니다. 아울러 섬산련의 내부 혁신과 임직원 자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김형기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kkim@sed.co.kr
■ 노희찬 회장은
샐러리맨 생활하다 창업… 46년 섬유외길
만보걷기로 건강 관리, 대구육상선수권 유치 지원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힘써

"건강을 위한 투자,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노희찬 회장은 65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등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가 집인 노 회장은 섬산련 일을 보기 위해 서울에 나올 때는 새벽6시대 KTX를 타고 올라와 일을 마친 뒤 밤 늦은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등 강행군을 하면서도 늘 활기찬 표정이다. 비결을 물었더니 노 회장은 "만보걷기"라고 했다. 지난해 11월15일부터 시작해 아직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운동을 늦게 시작한 게 제일 후회돼요. 저도 건강을 챙기라는 선배들의 충고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와닿지 않았어요.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난해 검진을 받아보니 당뇨 초기랍디다. 섬칫했지요." 노 회장은 건강검진 직후 만보걷기를 시작해 지금은 걷기에 푹 빠져 있다. 몸이 가뿐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늙어서 철든 셈"이라며 "젊은 사람들도 하루 한시간씩은 건강에 투자해야 하고 할 거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동네 공원 등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중간에 철봉에 매달려 스트레칭도 한다고 소개했다. "내가 힌트하나 줄까요. 스트레칭 많이 하면 골프 비거리가 늘어요. 참고하세요." 노 회장은 젊은 시절 대구 지역 섬유업체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지난 1972년 창업했다. 그 뒤로 묵묵히 섬유사업에만 열중해 회사를 800억~9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규모까지 성장시켰다. 사업하면서는 술을 못하는 체질이라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노 회장은 "한 잔에 얼굴이 붉어지는 등 한마디로 술이 소화되지 않는 체질"이라면서 "창업한 뒤로는 사업상의 일로 폭탄주를 마실 일도 많았는데 그럴 때면 집에 돌아와 마신 술을 모두 토하고 잠들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사업 말고도 대구ㆍ경북 지역 경제ㆍ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2001~2003년 제17~18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