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넥슨은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14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넥슨은 주당 1,270엔, 시가 총액 5,397억엔(한화 약8조원)으로 일본 증시에 입성했다. 이는 올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다만 공모가인 주당 1,300엔보다 종가가 낮아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이날 상장된 주식의 총수는 4억2,500만주로 넥슨은 이중 7,000만주를 신규로 발행해 약 900억엔(한화 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상장을 본격 추진하던 지난달 중순 까지만 해도 넥슨의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온라인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서버가 해킹 당하며 1,380만 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기업 가치를 갉아먹었다는 지적이다. 해킹으로 넥슨은 기업 이미지 타격은 물론 경찰조사 결과 과실이 드러났을 경우 배상금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기대와는 달리 상장 첫날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일본 증시의 하락세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증시는 올해 초 발생한 지진 사태 외에 유럽 경제 위기와 수출 악화 등으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4일에도 평균주가가 전날보다 0.4%가량 하락하는 등 시황이 좋지 않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넥슨이 네오플 이후 인수한 기업들은 넥슨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으며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인 중국에서도 확실한 모멘텀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개인정보 유출은 넥슨 상장 연기설이 나돌 만큼 주당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듯하다"고 전했다. 넥슨의 주당 가격이 예상보다 낮음에 따라 게임하이, JCE와 같은 넥슨 관계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가 하락세는 게임 관련주가 조정을 받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넥슨의 기업공개 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넥슨은 이전부터 일본 상장을 준비해왔다. 넥슨은 지난 2005년 넥슨홀딩스(현 NXC)를 지주회사로 하고 넥슨재팬을 중간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넥슨재팬은 넥슨 코리아, 넥슨 유럽, 넥슨 아메리카 등을 자회사로 뒀으며 이는 일본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5년 당시 일본은 우리보다 증시 상황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기 넥슨의 일본 상장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며 "특히 대주주(김정주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과 관련해 넥슨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9,300억원이 넘는 매출과 4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으로 지출한 항목은 8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1위 업체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엔씨소프트가 프로 야구단을 창단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CEO 직속의 사회공헌 기구를 마련한 것을 감안하면 덩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이번 상장으로 시가총액 6조6,000억원의 엔씨소프트를 넘어 명실상부한 게임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며 "다만 이번 기업 공개로 넥슨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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