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한 임원은 거의 매달 보름가량 해외출장을 다닌다. 전세계에 흩어진 사업장을 살펴본 뒤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예전의 두산이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사업장이 세계 곳곳에 있다 보니 글로벌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지주회사 출범 3년째를 맞은 두산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있는 것이다. 2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 임직원이고 전체 매출의 60%가량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등 글로벌 두산으로 변하고 있다.
6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매출성장세 등 외형뿐 아니라 인사ㆍ재무 등에서 글로벌 옷을 입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직원 구성이다. 두산의 임직원 2명 중 1명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만3,000명의 직원 가운데 외국인이 48%가량인 2만1,000명이나 된다.
이 같은 해외 임직원 비율은 우리나라 최고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해외 지법인 역시 크게 늘면서 전세계에서 ㈜두산의 깃발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글로벌 두산은 해외매출 비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서히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거의 60%에 가깝다.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것. 일부 계열사는 해외매출 비중이 80%를 넘기도 한다.
두산 고위임원은 "해외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봉ㆍ인사 등도 해외로 맞춰나가고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연봉도 일과 업무에 따라 차등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산에서 같은 계급이라도 연봉차이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 인수합병(M&A)도 국내 기업 가운데 톱을 달리고 있다. 두산은 10여건 이상의 해외 M&A를 성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M&A 대상 기업의 거의 대부분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두산의 힘은 두산의 체질을 강화시키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직전인 2008년 매출 22조7,109억원에 영업이익 1조3,701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침몰하며 이듬해 21조3,863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영업이익은 8,205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이 26조2,902억원, 영업이익은 1조6,598억원(이상 IFRS 기준)을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액은 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배 넘게 늘었다.
아울러 글로벌 두산으로 변화하는 중심에는 형제경영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올해 4월 취임한 박용만 회장은 소비재 위주의 내수 중심인 두산그룹을 변화시킨 주역이다.
특히 박 회장 주도로 두산이 소재산업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두산중공업ㆍ두산엔진ㆍ두산인프라코어 등 3인방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을 예상해 일찌감치 투자를 늘려왔고 일부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며 수익창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담수플랜트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은 석탄가스화 플랜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산 전자B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발광소재에서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점차 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3세 경영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4세 경영시대 전환에 앞서 자신이 그려놓은 그룹의 미래를 색칠해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경우 사업지주회사로서 자체 사업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적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고 보유한 자사주 소각도 향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그룹 내 자회사 관련 리스크가 상당 부분 감소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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