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이광구 행장 취임 100일을 앞두고 원화대출금 및 예수금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1·4분기 영업실적을 그해 영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기로 평가하는데 우리은행은 석 달 만에 5조2,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속도라면 이 행장이 취임 당시 "우리은행과 계열사 자산을 매년 15조원씩 늘려나갈 것"이라며 밝힌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개인·기업·기관 등을 한 번에 연결해 고객으로 사로잡는 '뭉텅이 영업'과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우리 주거래 상품 패키지를 발 빠르게 출시한 전략 등이 최근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원화예수금은 각각 170조7,695억원, 208조7,32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3.17%(5조2,451억원), 1.63%(3조3,451억원) 상승했다. 특히 원화대출금 중 대기업·중소기업·가계대출 자산 중 어느 한데 쏠림 없이 고르게 성장했다는 것이 우리은행 최근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균형성장의 배경에는 이 행장 특유의 뭉텅이 영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뭉텅이 영업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정부기관 등을 주거래은행으로 유치해 그 기관의 개인고객까지 뭉텅이로 흡수하자는 전략이다. 이 행장은 개인영업전략부장 시절부터 뭉텅이 영업으로 대학·병원 등 주요 거점을 주거래고객으로 유치한 후 개인고객까지 흡수하는 탁월한 실적을 보여왔다.
이 행장의 전략이 먹히면서 우리은행 기관고객본부는 새롭게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정부기관 대상 영업에 있어 농협은행 다음으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이 행장 취임 이래 보고시간이 엄청나게 짧아졌다"며 "영업통인 최고경영자가 빠르게 결단을 내려주고 정리해주는 탓에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아울러 은행 고유의 여·수신 영업 이외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 테스트베드 설립, 핀테크 전문업체 인수, 복합점포 설립 추진, 여자 농구단 응원까지 다양한 부문에 관심을 쏟으며 은행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테스트베드 구축을 완료한다. 이를 통해 오는 6월 말 금융당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어떤 모델이 우리은행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적합한지를 내부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우리에프아이에스 등 계열사와 함께 인터넷 전문은행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해당 사업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이 밖에도 보안업체를 포함한 핀테크 회사 2곳가량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올 2월에는 은행·증권업을 연계한 종합금융 서비스(복합점포)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증권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어 우리은행에서도 삼성증권 계좌를 쉽게 개설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 등 계열사 매각으로 시너지 창출이 불가능했던 데 따른 조치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향후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분야 등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행장은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전 임원들을 동원해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전 일정에 모두 참석하는 등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열망이 반영된 것일까.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한새여자농구단은 3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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