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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코스 탐방기]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에 가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한국인 최초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김운용의 세계 100대 코스 탐방기 -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2000년 9월 나인브릿지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골프와 관련된 모든 지식을 단기간에 섭렵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차에 회사의 배려로 선진골프를 벤치마킹할 기회가 주어졌다. 어디가 좋을까? 골프의 태동부터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특히 우리 골프장의 10번부터 18번홀이 스코틀랜드 스타일이기 때문에 선택은 자명했다. 나인브릿지를 최고로 만들고자 '고향'으로 향했다. '골프의 고향'에 가다 나인브릿지의 컨설턴트였던 데이비드 스미스를 포함한 일행은 세인트앤드루스를 찾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 공항에 내렸다. 북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30여분을 달리는 길은 흡사 동화 속 풍경이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기나긴 행렬에서 아늑함과 푸근함이 전해졌다.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의 발상지'로 통한다. 그 옛날 이 곳 목동들은 심심풀이 삼아 막대기로 치고다니던 돌멩이가 우연히 토끼굴로 빠지는 걸 경험했으리라. 바람이 심한 터라 피할 곳도 필요했다. 벽돌을 직각으로 쌓아올린 형태의 리버티드(revertted) 벙커는 원래 목동들이 바람을 피하던 장소였다. 이제는 항아리 벙커와 더불어 스코틀랜드 코스를 상징하는 요소가 됐다. 400여년이 넘은 잔디에는 당시 목동들의 숨결이 베어있는 듯하다. 나무티가 없던 시절 골퍼들은 다음 홀로 이동할 때 으레 모래 한주먹씩을 들고가 모래티를 만들어야 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마침내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했다. 다음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올드코스(6,721야드, 파72)의 파4 1번홀(Burn, 376야드) 티박스에 올라섰다. 1번홀과 18번홀은 페어웨이를 공유한다. 실개천이 가로지르는 중간엔 그 유명한 스윌컨(Swilken) 브릿지가 자리한다. 보비 존스, 아놀드 파머부터 타이거 우즈에 이르기까지, 숱한 골프의 전설들이 이 다리를 지나다녔다. 공교롭게도 동반자의 세컨드샷이 짧아 실개천 언저리에 볼이 놓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서드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가는 게 아닌가. 올드코스에서, 그것도 첫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이에게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자연이 살아 숨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벌판에 풀이 있어 긴 곳은 러프, 짧은 곳은 페어웨이라는 느낌이랄까. 다만 페어웨이는 잘 다듬어 놓았다. 직접 걸으면서 재어보니 폭이 대부분 20~25m로 상당히 좁았다. 좁은 페어웨이, 무성한 러프, 무시무시한 벙커가 골퍼들을 압도한다.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 빠져나오는 걸로 감사할 따름이다. 여기에 112개의 깊은 벙커는 또 다른 공포의 대상이다. 그린은 매우 크고 스피드도 빠르다. 1, 9, 17, 18번홀은 단독 그린이지만 나머지 홀은 그린을 같이 쓴다. 실력만큼은 자신하던 필자도 80대 후반의 스코어를 손에 쥘 수밖에 없었다. 살아숨쉬는 자연, 그리고 골프 정신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의 고향답게 자랑거리가 넘쳐난다. 세계 골프의 총본산인 R&A 본부도 여기에 자리한다. 이곳에는 골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도 마련돼 있어 골퍼들로 북적인다. 예전에 R&A의 캡틴이 바뀔 때면 시타행사를 갖곤 했는데, 그 때 입었던 옷이 레드자켓이었다고 한다. 클럽자켓의 전통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황량하고 척박한 환경이지만 이곳은 전세계 골퍼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각종 기념품 상점도 즐비하다. 세인트앤드루스의 마크가 새겨진 모자, T셔츠는 기본이고 비바람이 많은 탓에 다양한 방수복도 눈길을 끈다. 워낙 인기가 많아 가짜도 많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한 '고객 코멘트카드'가 있는가 하면, 인근 식당의 식탁보에까지도 세인트앤드루스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을 부착해 놓았다.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들의 지혜가 부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은 '골프에 대한 개념'이다. 좋은 날씨 속에서 편하게 골프를 즐기려는 우리네와 달리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환경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하는 게임으로 골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정한 골프의 정신이었다. 그렇기에 8곳의 골프장을 돌면서 개최되는 브리티시오픈(The Open)도 5년마다는 반드시 이곳 세인트앤드루스를 찾는 것이리라.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여러 코스가 있지만 역시 백미는 올드코스다. 그래서 부킹도 쉽지 않다. 호텔을 예약해 라운드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다. 필자도 당시엔 영국인 컨설턴트를 통해 예약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나인브릿지가 미국 LPGA 대회와 세계 100대 클럽챔피언 대항전인 월드클럽챔피언십(WCC) 행사를 치르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때문이다. 이 덕분에 나인브릿지 회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예약할 수 있다. 그린피는 120~150파운드(23~29만원)며, 4~10월이 저렴한 편이다. 핸디캡증명서 지참이 필수고 남자는 24이하, 여자는 36이하의 핸디캡이어야 한다. *김운용은.. 클럽나인브릿지 대표이사. 골프에 대한 지식 및 기여도, 세계 100대 코스 중 50곳 이상의 라운드 경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채우고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 아시아인으로서는 20년 만에 미국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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