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지난주 말 CJ그룹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분석기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공조로 계좌 명의자와 거래 내역을 확인한 뒤 계좌의 차명 여부와 자금 흐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 말 아시아 국가 2곳에 특정계좌 명의자와 거래 내역에 대해서 협조 요청을 했다"면서 "계좌 수는 10개가 안 된다"고 밝혔다.
금융거래 정보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사법공조 체제를 갖춘 국가는 60여개국에 이르며 검찰은 정부 협조를 거치지 않고도 대검 국제협력단을 통해 직접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관련 자료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계좌 추적과 관련한 국제 공조는 FIU를 통해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분석기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FIU는 아시아 국가 중 이들 2곳의 국가 금융정보분석기구와 협약을 맺고 있어서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FIU 관계자는 "검찰의 공조 요청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홍콩과 싱가포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있어 금융거래 내역을 요청하면 자료 유무를 확인하는 답신을 보내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CJ그룹이 해외 등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가인 것처럼 꾸며 국내로 다시 투자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거래소 등으로부터 확보한 CJ그룹 외국인 투자 내역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과 쓰임새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비자금의 '종잣돈'이 됐다는 의심을 받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2008년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선대회장의 차명재산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CJ그룹이 차명재산 관련 세금 1,700억원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보유한 차명재산 규모가 4,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과세 근거가 된 차명재산을 누락하거나 숨기지 않았는지, 납세 규모는 적정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서 서울지방국세청과 CJ그룹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세무조사 및 회사 재무 자료를 토대로 허위·이중 장부, 과세 근거 소득액의 고의적인 누락·은닉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2008년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4조5,000억원대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차명재산이 4,000억원대 규모로 알려졌지만 자체 파악한 결과 가장 많았을 때 약 3,000억원대 규모로 알고 있다"며 "당국에 신고하고 모두 실명화해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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