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의 눈이 다시 인도로 향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그동안 뜸했던 인도 관련 상품들을 한둘씩 선보이고 있다. 한때 인도 루피화 폭락으로 투자 손실을 겪기도 했고 올 초 인도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는 등 불안요소는 있지만 저유가·저물가에 힘입은 인도 경제 성장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인도 관련 투자상품이 올해 들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NH-CA자산운용이 'NH-CA Allset아문디인도[주식-재간접]ClassA'를 출시했고 뒤이어 '미래에셋연금저축인디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C' 펀드도 출시됐다. 인도 펀드가 신규로 선보인 것은 2010년 '키움인디아익스플로러자 1[주식]A1'를 선보인 후 5년 만이다. 증권사들도 인도 관련 투자상품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5,000만원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연 8.0%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인도채권신탁 상품을 내놓았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주 중 인도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로 루피화 표시 인도 국공채에 투자하며 일부 회사채에도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내금리+α'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기존의 대형주 투자상품과는 차별되는 '인도 중소형주펀드'를 인도 최대 자산운용사인 '릴라이언스캐피털(Reliance Capital)'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수익률은 올 들어 인도 증시 조정 등으로 주춤한 편이지만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21개 인도 펀드 가운데 3개 상품만이 올 들어 자금이 빠져나갔을 뿐 나머지 상품은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NH-CA Allset아문디인도[주식-재간접]ClassA'는 출시 후 4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미래에셋연금저축인디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C'도 6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처럼 국내 업계가 인도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인도 경제가 지난해 8월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4%에 달한다. 인도 증시도 30% 가까이 오르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중국 상하이지수 다음으로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잠시 주춤하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올해 0.22%(24일 기준) 떨어져 한국·중국·일본은 물론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3.9%), 말레이시아(5.7%) 등에 비해서도 부진한 흐름이다. 특히 지난 2주 사이 4.5%가 빠지는 등 조정 양상이 뚜렷하다. 인도 기업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해외펀드에 대한 과세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이 심해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일 현재 이번 분기 실적을 내놓은 인도 기업 18곳의 순이익은 총 1,334억4,000만루피(약 2조,2684억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당초 인도 기업(니프티지수 편입 기준)들의 올해와 내년 이익이 각각 15%, 19%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현재의 부진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저유가와 저물가로 인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여력도 생겼으며 최근의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과세 문제로 외국인 자금이 상당히 빠져나가면서 증시 조정과 맞물려 낙폭이 커졌다"며 "세금 관련 문제는 단시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인도를 둘러싼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아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시선도 비슷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는 최근의 조정으로 인도 니프티지수의 올해 전망치를 기존 9,600포인트에서 9,200포인트로 내려 잡았지만 이는 현재 수준보다 여전히 10% 이상의 증시 상승 여력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도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인도 경제가 회복의 길에 접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현재의 (확장적) 거시 경제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여전히 인도 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남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이 언급된 후 루피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위험이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