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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에게 듣는다] <1>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국제 정치 불확실성이 세계경제 최대장애물"<br>경제보단 테러등 정치변수로 불균형 심화<br>한국경제 낙관…내년엔 정상적 성장할것<br>위안화절상으로 원화가치 급속상승 예상


“앞으로 세계 경제는 정치ㆍ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것입니다. 경제 변수보다는 테러ㆍ전쟁ㆍ핵 문제 등 불안정한 국제정치 변수에 휘둘리면서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감이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고, 미국의 경상적자가 위험 수준에 달하고 있고, 앞으로 추가상승이 예상되는 국제유가 등의 경제변수도 국제 경제 시스템에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경제와 관련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수익구조와 경영투명성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데다 정부의 재정상태도 건전하다”며 “개인적으로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며 내년에는 정상적인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위앤화 평가절상으로 한국 원화가치가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빠르게 상승할 것이며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동산거품 붕괴 우려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리타우어 센터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제정치 역학관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겁니다. 경제 내적 변수보다는 외적 변수가 경제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온다고 볼 수 있죠.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중동ㆍ아프리카ㆍ북한 등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겁니다. 칼 막스는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향후 세계 경제의 지형은 상부구조가 하부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전개될 겁니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균형점을 찾아 수렴해가기 보다는 각이 다른 두 직선이 더욱 거리를 넓혀가는 형태로 불균형이 심화될 것입니다. -경제 내재변수 중에서는 어떠한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고 보십니까. ▦크게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위험수위에 달한 미국의 경상적자,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이에 따른 주택시장 거품, 배럴 당 6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 등이 세계 경제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게 될 겁니다. 특히 유럽경제의 성장률이 신통치 않습니다. 유럽은 중요한 경제대국이지만 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유럽 경제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시점에 처해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 경제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비록 중국이 위앤화 평가절상을 단행해 성장률 속도조절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경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세계 경제에 저금리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디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는 미국 경제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죠. 세계 경제의 저금리는 미국의 저금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는 지독한 투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개인들의 저축률이 낮아 투자로 연결되는 순환고리가 끊어진 상태고 기업들도 이익을 현금으로 쟁여놓고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시 세계 정치경제가 처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테러와 핵실험, 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을 야기시키는 암초들이 곳곳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국제 투자자들은 좀 과장하자면 3차 세계대전이 터질 수도 있다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습니다.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투자위축으로 연결되는 거죠.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가 볼까요. 중국이 위앤화 절상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과연 미국의 경상적자가 해소되고 무역불균형이 시정될 것으로 보십니까. ▦부시 행정부와 의회가 한 목소리로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고 있는 미국 경상적자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기 힘듭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 때문이죠.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상은 미국의 경상수지 개선에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뿐입니다. 국제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위앤화 절상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미국 경상적자 해소에는 별다른 기여를 못할 겁니다. 워싱턴의 경제관료들이나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경상적자 문제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정부의 과다한 예산지출 등 내부요인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의 환율정책이 투명하지 않다며 지속적인 위앤화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겁니다. -미국 학계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앤화 절상이 중국 경제에 약(藥)이 홱募?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물론이죠. 일부에서는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면서 구매력이 높아졌던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달러가치는 향후 20% 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3%의 실질소득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들겠지요. 제조분야만 본다면 분명 위앤화 절상은 중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도 금융시장 선진화에 나서야 하며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은 이를 가능케 하는 첫 단추가 될 겁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수익원은 제조업보다는 금융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며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분야에 취약한 중국 경제는 환율정책 변화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반대로 통화가치가 올라가면 금융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중국 경제가 여전히 고도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중국없는 세계 경제는 이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했습니다. 단기간 중국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8% 이상의 성장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며 중국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정치시스템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사회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를 이상적으로 배합하며 별다른 문제없이 성장했지만 정권교체 등 향후 예상되는 정치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른 이머징 국가들도 사회변화 과정 속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중국 차례가 된 거죠. 그만큼 중국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금융선진화가 진행될수록 내재적인 위험성도 증폭된다고 볼 수 있죠. 세계 경제는 중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해결방안을 내놓을 지 예의 주시할 겁니다. -이제 초점을 달러로 바꿔볼까요. 달러약세의 당위성을 상당히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달러가치는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고 무역수지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떨어져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경상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하락을 통한 불균형 시정은 필수적입니다. 사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치는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것을 계기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통화가치도 오를 것이며 달러약세도 고착화될 걸로 봅니다. -그럼 올해 달러가치가 유로, 엔 등 주요 통화와 비교해 강세로 돌아선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달러약세라는 큰 물줄기 속에 작은 역류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속적으로 단기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투자자금이 이자율 상승을 겨냥해 달러매수에 나서고 있는 거죠. 통상 FRB가 금리를 1% 인상하면 달러가치가 5%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경우 유로가 달러를 대체하는 통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유로경제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유로가 달러와 대등한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이제 한국경제로 화제를 돌려보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저는 그리 염려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수익은 계속 청신호를 보이고 있고 금융시장도 아시아 어느 국가 못지않게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지만 저는 한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정상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미국과 같이 부동산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과 비교해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주택가격 급등 등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의해 소비가 창출되고 있지만 한국은 자산효과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주택거품 붕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과 달리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재정상태를 보십시오. 경제협력개발기구(GECD) 국가들의 공공부채는 GDP의 30%를 넘어서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잖아요.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시는군요. 앞으로 원화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큰 그림으로 보면 앞으로 아시아 통화는 전반적으로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위앤화 평가절상이 지속적으로 전개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이 나타나겠죠. 개인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형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시아 통화가 모두 절상돼야 한다고 봅니다. 위앤화 漬÷暈?기대감으로 한국 원화는 올 들어 이미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가장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말해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이 그만큼 선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한국이 주도하는 통화가치 상승은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ㆍ중국 등 여타 아시아 국가로 빠르게 전이될 겁니다. -세계은행(WB), G7 등 국제 경제기구에서 아시아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년 이상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국제경제 질서 속에서 아시아 경제의 발언권과 입김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아시아 경제규모가 유럽과 캐나다를 넘어서고 있지만 WB와 G7은 서구중심으로 편성돼 아시아 국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죠.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을 축으로 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G7은 G10 등으로 확대돼야 하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포함돼야 합니다. 한국이 G10 등 국제경제기구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하고, 정치와 대기업간 유착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경영투명성은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냈던 그레고리 맹큐 교수와 함께 하버드 대학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일본 중앙은행, 포르투갈 중앙은행 등에서 방문학자로 일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G7, OECD 등에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환율ㆍ통화ㆍ무역 등 세계 경제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해박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경제연구소(IIE) 위원 및 외교관계위원회 위원, 뉴욕연방준비은행 경제고문, 전미경제연구소(NBER)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누구] IMF·世銀등서 실무…한국경제에 해박 ◇약력 ▦53년 뉴욕 출신 ▦75년 예일대 경제학 석사 ▦80년 MIT 박사 ▦89~91년 UC버클리대 교수 ▦92~94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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