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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미 입힌 전통주 젊은층도 찾죠

■ 추석 앞두고 분주한 당진 신평양조장 가보니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 자리한 신평양조장 2대 김용세 대표가 전통주 제조를 위해 찐 고두밥을 퍼내고 있다.


대형 항아리서 한달간 숙성

정제거쳐 쉴새없이 병속으로 용기·라벨·포장박스 현대화

전용매장 '우리술방'도 마련

신세계百 든든한 지원사격에 "추석주문 2배이상 늘었어요"

지난 17일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 자리한 신평양조장. 술 익는 냄새가 입구부터 코 끝을 찔렀다. 양조장 내부 발효실로 들어가자 80년 된 10여개의 큰 항아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련잎이 둥둥 떠 있는 항아리 안에서는 뽀글뽀글 술 끓는 소리가 들렸다. 한달간 숙성된 이 술은 정제 과정을 거쳐 막걸리나 약주로 변신한다. 발효실을 나오자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호리호리한 병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수동 재래식으로 이뤄지는 전통주 제조공정에서 유일하게 기기로 이뤄지는 '병입 단계'로, 정제된 술이 쉴 새 없이 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분주하지만 이 곳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3년도 채 안된다. 3대가 80여 년간 가업을 이어왔지만, 소비자가 전통주를 외면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변곡점은 2013년 이곳에서 만든 전통주 '백년맑은술'이 삼성그룹 신년행사 만찬주로 선정되면서부터였다. 백련잎을 사용해 텁텁한 맛이 덜하고 향이 은은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단숨에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판로 확보가 불투명해 판매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우리술방(사진)'이 구세주처럼 등장, 이 같은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줬다. 우리술방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의 전통주 전용 매장으로, 신평양조장은 이곳에 백년맑은술을 납품하고 있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는 "우리술방과 거래한 뒤 추석 시즌 주문량이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대규모 법인 주문이 잇따르는 등 추석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웃었다.

이 같은 달라진 반응은 전통주의 고루한 외관을 벗고 세련된 병 모양과 라벨을 내세운 것은 물론 맛의 다변화로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실제로 요즘 전통주 양조장들은 누룩 향이 강해 기피했던 젊은 층의 인식 개선을 위해 꽃 등을 활용해 특유의 향을 더한 증류주를 개발하는 등 신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동반 성장'을 강조한 신세계백화점의 지원 사격도 큰 힘이 됐다. 신세계는 세련된 디자인과 홍보만 뒷받침된다면 전통주도 와인, 위스키 등과 견줘 손색없는 명주가 될 것이라고 판단, 전통주 용기·라벨·포장박스 등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했고, 이를 전통주진흥협회에 기부했다. 전통주 양조장이 이 디자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맛과 외형의 변화는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통주 매출은 우리술방 오픈 후 올해 2월 말까지 6개월 동안 140%나 신장했다. 고객 층도 넓어졌다. 우리술방이 생기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는 50·60대가 고객의 70%였지만, 오픈 이후엔 30대가 가장 많아졌다.

이상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가공식품팀 파트너는 "젊은 감성을 입힌 우리술방과 같은 판로와 맛과 종류를 다양화하는 양조장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전통주는 한국식품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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