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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前총재 사과회견] 盧겨냥 “스스로 판단” 압박
입력2004-03-09 00:00:00
수정
2004.03.09 00:00:00
남문현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당시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수수의 최고 책임자로서 거듭 국민들에게 사과를 한 뒤 감옥행을 자처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는 대선자금에 대한 자성과 함께 검찰수사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격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종전 두 차례 이뤄졌던 대국민 사과 회견과는 그 무게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전의 회견이 검찰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검찰의 수사방향과 수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발표를 검토한 결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나 자신 모두 불법대선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패자 캠프에만 검찰의 칼끝이 집중됐다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 입장표명 문제를 검토했던 이 전 총재는 노 대통령에 앞서 검찰수사 발표 다음날 전격 기자회견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불법대선자금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선자금에 대한 책임은 모두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이러한 저의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미루는 것은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는 노 대통령에 대한 정면 반격을 시도했다. 그는 “저나 노 대통령이나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저는 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감옥에 가겠다”며 “노 대통령은 대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언급,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처럼 이 전 총재가 검찰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을 정면 겨냥함으로써 최근의 탄핵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탄핵안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한나라당내 일부 인사들을 자극, 탄핵안 강행쪽으로 당내 여론을 몰아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문현기자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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