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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10부. 자본시장 토대부터 다져라 <3> 장기투자 이끌려면

호주식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펀드시장에 돈 돌게 해야<br>호주 슈퍼애뉴에이션 대부분 주식·채권 투자<br>55세까지 중도인출 제한… 증시 안전판 역할<br>국내선 보험·은행상품 치중, 펀드 설 땅 좁아<br>세제혜택·과세시점 변경 등 유인책 마련 시급



"펀드 많이 죽었죠."

지금은 자문사로 자리를 옮긴 한 전직 펀드매니저에게 2007~2008년 펀드 신드롬은 한여름 밤의 꿈과 같다. 당시 광풍이라 불릴 만큼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국내 펀드시장은 한국 주식시장 상승기와 맞물려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보름 만에 수조원을 모았다는 펀드부터 시작해 2호, 3호로 이어지는 펀드도 수두룩했죠. 'OO운용 펀드에 편입되는 종목만 사도 이익이 난다더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펀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도 있었어요."

호시절은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외 증시침체가 시작되면서 반토막, 마이너스 펀드가 속출했고 투자자들은 원금만 건지면 펀드를 탈출했다. 2007년 계좌 수 1,483만개, 판매잔액 58조원 규모를 자랑하던 적립식 주식형펀드 계좌는 2013년 5월 말 764만계좌, 53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목돈마련을 위한 장기적립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펀드시장의 재기를 위해서는 장기투자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펀드에 돈이 들어와 비교적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기금형 퇴직연금은 저금리 시대의 노후 안전판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대명사인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과 기업의 기여금(근로자 연봉의 9%) 납부를 강제화한 일종의 사적연금제도로 55세까지 중도인출이 제한돼 호주의 장기투자자금이자 증시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애뉴에이션의 경우 가입자가 소매형 기금, 산업형 기금, 기업형 기금, 공공 기금, 소형 기금 등 기금유형을 선택해 투자하는데 기금을 선택하면 해당 기금에서 운용상품들을 전략이나 수익률 등과 함께 제시하고 가입자는 운용상품 가입 후 해당 기금 내 다른 상품으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 대부분이 국내외 주식과 부동산ㆍ인프라ㆍ채권ㆍ대체자산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펀드 상품이다. 원금손실을 꺼리는 개인들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만 취급하는 '퇴직저축계정(RSA)'을 선택할 수 있다.

수익률이 부진하면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수익률 관리를 위해 더욱 신경을 쓰며 경쟁력을 키운다. 운용사들의 수익률 관리와 함께 ▦개인당 5만호주달러까지 적립금에 대한 세율을 평균 소득세(30%)의 절반인 15%로 낮춰주고 ▦가입자가 60세가 넘어 매월 연금식으로 돈을 받아갈 경우 비과세하는 세제혜택까지 부여하기 때문에 호주 국민들은 슈퍼애뉴에이션을 의무가입 상품이 아닌 진정한 장기투자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슈퍼애뉴에이션은 호주 전체 자산운용시장의 70%를 차지하는데 이 산업의 발달로 1990년 2,259억호주달러 규모였던 호주 자산운용업 전체 시장규모도 올 3월 말 기준 2조939억100만달러로 성장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슈퍼애뉴에이션은 호주 자산운용업 규모를 아시아 1위, 세계 3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며 "단순 자산운용업뿐만 아니라 펀드를 소개ㆍ관리하고 운용을 자문하는 컨설팅 등 인프라 산업의 발전까지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퇴직연금제도는 독립된 연금기금 없이 사용자(기업)와 금융회사의 단순계약에 의해서만 운용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상당수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치우쳐 있는 것도 구체적인 상품과 투자비중에 대한 '운용지시권'이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금융정보가 부족한 기업 또는 가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67조원으로 이 중 94.9%가 은행ㆍ보험사 등이 제공하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퇴직연금 상품의 70% 이상이 보험ㆍ은행계 상품으로 편향돼 있어 장기자금 마련 측면에서 펀드의 설 땅이 좁은 게 사실"이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장기 안전자금이 쌓여야 환매에 시달리지 않고 환매에 따른 운용사의 투매로 시장이 교란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세제혜택ㆍ배려 필요=장기투자를 유인할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부분은 절세, 즉 비용의 최소화다. 이런 차원에서 금융투자업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장기펀드 세제혜택이다.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가 국내 주식형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하면 납입액의 40%(연 240만원 한도)만큼 소득공제가 되는 상품이다. 장기펀드 세제혜택을 담은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한 차례 연기됐고 올 3월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의 재발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배정됐지만 4ㆍ1부동산종합대책 관련 법안을 우선 심사하면서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삼수 도전이었던 6월 국회에서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여야의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갈등 속에 또 한번 논의가 연기됐다.

이 밖에 펀드 과세시점을 현행 펀드 결산시점이 아닌 환매시점으로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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