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ㆍ4분기 실적에서는 '반도체 파워'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글로벌 IT경기 침체속에 TV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다소 부진했지만, 반도체 부문의 선전으로 4조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한쪽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이를 메우는 효과가 톡톡히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4ㆍ4분기에도 LCD 및 반도체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완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TV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적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초 기대됐던 연간 '매출액 15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클럽 가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파워' 재확인, 휴대폰도 선방= 7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3ㆍ4분기 실적 가이드라인은 매출액 40조원, 영업이익 4조8,000억원. 이 가운데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0% 가량을 차지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원가 경쟁력이 높은 40나노급 D램 생산을 확대해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휴대폰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 부문 역시 영업이익 1조원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가 출시 4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 500만대를 돌파하는 호조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갤럭시S는 연말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V 사업 부진으로 LCD 실적 반토막= 반면 TV 비중이 큰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영업이익이 2,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업체들의 판매가격 인하 경쟁으로 수익성이 훼손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지난해 2ㆍ4분기 영업이익 1조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에 따라 LCD 부문의 실적도 덩달아 악화됐다. TV 판가 인하가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LCD 부문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 수준으로 전분기(8,800억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실적 둔화, '150조-20조 클럽' 난망= 업계에서는 4ㆍ4분기에도 LCD 및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TV 재고 조정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영업이익이 3조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LCD 부문 및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 '150조-20조 클럽 가입'도 어려울 전망이다. 3ㆍ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4조2,200억원으로, 4ㆍ4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후반이 되어야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내년 1ㆍ4분기에 바닥을 찍고 2ㆍ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내년 1ㆍ4분기 D램과 LCD 가격이 저점을 형성하면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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