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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의 경영미학] 13. 조립보다 소재산업이 중요하다

쌍용 체어맨 중 수입품을 도표로 보여주고 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독일 벤츠의 라이센스 생산이고 디자인은 벤츠팀 협조에 의한 것이다. ABS장치는 독일 보쉬의 것이고 에어백은 스웨덴 노키아의 것이다. 가죽시트조차 스코트란드제 송아지 가죽이다.한국 차는 기본 소재부터 밀린다. 최고급 도료는 프랑스 기술이 필요하다. 특수재질, 특수규격 철강은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삼성자동차는 SM-5의 엔진룸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까지 일본에서 수입한다. 엔터프라이즈 역시 부품중 수입품 비율(금액기준)은 25%이다. 하지만 엔진, 트랜스미션은 부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수입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한국 고급 차는 껍데기만 한국산이고 알맹이는 모두 일제다. 일본업체들은 니혼덴소나 아이신 같은 전문 부품업체를 적극 육성했다. 반면에 한국업체들은 오히려 부품업체가 커지는 것을 막아왔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만도기계, 성우 같은 대형 부품업체는 모두 친족기업이었다. 경쟁에 따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품나눠먹기는 기술의 정체로 이어진다. 99년 초에 나온 JD파워 보고서는 차량 100대 당 결함건수 조사에서 현대차를 꼴찌에 가까운 28위로 평가했다. 대우(32위)와 기아(37위)는 현대보다 더 못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사였다. FILA코리아의 사업 중 하나는 전세계에 판매되는 신발공급에 대한 관리다. 신발공급 관리는 다름 아닌 수출이다. 신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90년대 들어 완전히 사양길로 접어들었는데 무슨 수출이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70~80년대 황금기를 구가하던 신발산업은 인건비에 대한 경쟁력저하로 90년대 들어 급격히 시들고 말았다. 세계 신발 생산의 무게 중 심이 저인건비 국가인 중국 및 동남아로 급속히 이동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신발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데서 출발한다. 신발산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조립 산업과 개발 및 소재 산업이다. 신발을 만들기 위해선 원단, 가죽, 금형 산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통틀어 소재 산업이라 보면 된다. 한국의 신발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은 조립산업을 의미한다. 조립 산업은 당연히 사람의 손이 좌우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곳으로 이동한다. 반면 소재산업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손보다는 기술과 자본이다. 이런 이유로 조립 산업이 저인건비 국가로 이동해도 소재 산업은 따라가지 않는다. 조립산업이 인건비가 싼 나라로 전전했지만 소재산업 분야는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신발 개발 센터를 더 강화하는 등 한국이 신발 산업의 브레인이자 소재공급 센터로서의 위치를 지켜 나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신발 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적어도 FILA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FILA는 철저한 국제 분업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디자인은 미국, 개발과 소재 공급은 한국, 생산은 동남아, 이런 시스템으로 나가고 있다. 따라서 FILA의 신발 산업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공은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신발에 한국에서 공급하는 소재가 65% 차지한다. 이런 구조는 소재 산업까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간 다른 거대 신발 메이커들과 차이가 있다. 96년 FILA는 인도네시아에서 3억5,000만달러 어치의 신발을 만들어 전 세계에 뿌렸다. 이 가운데 65%가 사실상 한국 몫이다. 이렇게 96년까지 지난 6년간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신발 수출로 산자부장관의 감사장과 산업포장을 수상한 연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신발산업의 활로 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개발센터를 운영해 나가면서 세계신발 산업에서의 영향력과 지분을 그대로 차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소재, 부품 등 자재공급은 언제든지 한국의 몫이다. 필자는 FILA본사나 신발 비즈니스계에 이런 생각을 계속 주입시키려 한다. 필자는 한국이 계속 개발센터를 보유하고 소재 공급국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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