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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떠나기 전에 할 일
입력2007-02-01 18:51:08
수정
2007.02.01 18:51:08
“그때 했어야 하는데….”
3년 전 일이다. 산업자원부 주변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이런 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003년 7월 김종규 당시 전북 부안군수가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을 부안군 위도에 유치하겠다고 신청하자 산자부와 한전은 뛸 듯이 기뻐했다.
산자부 공무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내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말았다. 부안 주민들은 맹렬히 반대했다. 학생들의 등교 거부투쟁과 함께 고속도로 점거 시위가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사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부안의 민심은 크게 악화됐다.
연금개혁 늦춰선 안될 과제
산자부 장관이 2003년 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격앙된 민심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해가 바뀌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2004년 9월 부안 방폐장 계획 백지화를 선언했다.
사실 산자부에서는 2003년 말부터 부안 방폐장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장관마저 물러난 마당이라 부안 방폐장 추진 계획이 힘을 얻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때 했어야 하는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여기서 ‘그때’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가리킨다. 방폐장 건립 계획이 처음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86년부터였다. 안면도 등을 대상지로 검토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이내 계획을 접어버리고 말았다. 당시는 철권 통치 시절이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밀어붙일 수도 있었다. ‘그때’라는 말은 이런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손에 많은 피를 묻혀가며 권력을 잡았다’는 원죄 의식이 작용했는지 방폐장 계획을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 결국 방폐장 문제는 2005년 경주가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20년 만에 해결됐다. 그나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참여정부는 이제 1년 후면 막을 내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이 시대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고,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반드시 정리해야 할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국민들의 견해가 다른 것 같다. 대통령은 개헌을 국가적 과제로 여기는 모습이다. 반면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현 정부에서의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설득, 꼭 마무리를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국가적 과제는 무엇일까. 아마 연금개혁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나라 재정이 파국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서 ‘많이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해집단의 반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오죽하면 국무위원끼리 연금개혁 문제를 놓고 고성을 내며 설전을 벌이겠는가. 연금 문제는 그만큼 ‘욕 얻어먹기’ 좋은 과제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나 역사의 평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다. 비난은 들을 만큼 들었다. 더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하는 사안을 골라 마무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어차피 개헌보다는 연금개혁 문제가 추동력을 얻기도 쉽다. 연금개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악착같이 매달린다면 승산은 있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수 국민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훗날 “그(노 대통령)때 했었기에 천만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면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지금처럼 엄혹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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