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주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열어 팬택에 1,63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결의한다. 신한ㆍ국민ㆍ하나은행 등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한 세 곳은 지원에서 빠진다. 이 때문에 전체 지원액은 당초 2,000억원에서 400억원가량 줄었다.
산은은 지난달 팬택 주주협의회 소속 금융기관에 의결권 비율에 따라 2,000억원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협의회는 산은을 비롯해 우리ㆍ농협ㆍ신한ㆍ국민ㆍ하나ㆍ수출입ㆍ대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다. 팬택이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 이들 금융기관이 나눠 인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6.0%)ㆍ하나(8.1%)ㆍ국민은행(4.3%) 등은 거절했다. 주주협의회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팬택의 주식 처분을 논의하는 자리지 추가자금 지원을 지원하는 협의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산은은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주주협의회의 역할이며 자금지원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산은은 이들 은행을 제외하고 팬택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주협의회는 지난해 팬택에 8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할 때도 일부 채권은행의 반발로 지원 규모가 657억원으로 줄고 시기도 한 달가량 늦춰진 전례가 있다.
팬택은 이번 자금 수혈로 큰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팬택은 지난해 3ㆍ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에 처했다. 팬택은 올해 초 퀼컴에서 245억원, 5월에는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 이 자금으로 제품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팬택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워크아웃 졸업 후 20분기 연속 흑자일 정도로 기술력은 뛰어난 기업"이라면서 "이번 지원으로 정상 영업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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