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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벤처기술평가'에 거는 기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지막 수업은 평상시와 다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스승으로서 최고의 조언이라 생각하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종강된다. 미국 최초로 MBA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과목을 강의한 제프리 F. 레이포트 교수가 마지막 수업시간에 들려준 이야기로서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동물학 기말고사 시간에 박제된 새로 보이는 삼베주머니를 뒤집어 쓴 표본에 대해 한 학기 동안 배운 지식을 토대로 가능한 전문가답게 그 새의 특징과 이동 패턴 등을 추론하고 결론으로 종명과 속명을 기재하도록 한 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주어진 표본은 고작 가늘고 긴 두개의 다리와 한 쌍의 갈고리 발톱이 전부인 황당한 시험 문제였던 것이다. 이 교수는 과연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이 일화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오늘날 변화의 속도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이제 의사 결정에 있어서 지난날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확실성을 기대하는 일은 허황된 꿈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과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 인생이나 비즈니스에 있어서 과거의 경험에 의한 확실성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신산업이라 불리는 벤처산업은 그 특성상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하지만 중국 등의 추격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성장ㆍ신기술의 지식기반 벤처산업의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벤처산업은 지난 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위한 그 첨병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시대적 사명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있는 벤처기업의 비중이 58.5%에 이르고 또한 벤처기업의 고용은 1사당 평균 44.1명으로 일반 중소기업의 9.2명보다 높은 수준을 보임으로써 수출과 고용창출 효과 등에서 경제활력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보기술(IT)ㆍ나노기술(NT)ㆍ생명공학(BT)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 촉진은 우리 경제를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국가경제적으로 거대한 동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와 같은 신성장 벤처산업의 중요성 때문에 올해가 벤처 활성화 원년이 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지난해 12월 벤처기업활성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동 대책의 일환으로 코스닥시장에서는 성장형 벤처기업의 시장 진입 가능성 제고를 위해 3월 기술평가제도에 의한 새로운 진입제도를 도입했다. 기술평가제도란 상장예비심사시 기술력과 성장성이 인정되는 벤처기업, 즉 정부가 중점 육성하고자 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등의 업종으로서 전문 평가기관에 의한 기술평가 결과가 A등급 이상인 벤처기업의 경우 수익성 요건(ROEㆍ경상이익) 적용을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경제활력 회복과 새로운 성장동력,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성장형 벤처기업의 육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코스닥시장을 통한 직접 금융 조달을 좀더 원활히 해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기업에는 절실한 필요자금을 공급하는 양자간 윈-윈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바이오 등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 국가경제가 재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우회상장 등 검증이 안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양하고 전문가들에 의해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긴박한 변화의 조건 속에서 미래를 계획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비즈니스 세계는 박제된 새를 놓고 논술시험을 치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업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완벽하게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 난제를 극복하고 최대한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력 평가에 의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자 하는 법인은 청구일 이전에 거래소로부터 해당 전문 평가기관을 지정받아 기술성 등에 대한 평가 후 청구하게 했고 한편 사업성 등에 대한 평가 방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업 분야별 전문가 의견 청취 활성화를 통한 사업성 검증 및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했다. 어떤 제도든 제도자체만으로 완벽한 제도는 없고 그에 관련된 이해 관계인들의 선의지(善意志)가 상호작용해야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고 한다. 기술평가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벤처 업계가 앞장서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은 투자가들이 있어야 성립되고 투자가들은 손실을 입은 경험이 누적되면 시장을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벤처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돼 투자가들에게 양질의 투자 대상을 제공할 때 코스닥시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지는 벤처기업의 산실로 거듭날 것이며 국가 경제 재도약을 위한 확고한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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