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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특허전쟁… IT 혁신 좀먹는다

시장 주도권 선점 위한 대리전 성격 짙어<br>업계판도 기술 아닌 소송으로 결정 날 판


지난 2011년 4월15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의 포문을 연 날이다. 이날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스마트폰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서 벌이는 50여건의 특허소송에 단초가 됐을 뿐만 아니라 24일 배심원 평결을 통해 혁신이 아닌 소송이라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시장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소송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술혁신보다 특허를 무기로 상대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삼성전자는 27일 사내공지를 통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법정에서 '특허'라는 수단을 활용해 경쟁사를 누르려고 한 회사가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으며 성장을 지속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과 소비자들은 '소송'이 아닌 '혁신'을 지향하는 회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기보다 특허라는 무기를 앞세워 경쟁사의 기를 꺾으려는 애플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소셜미디어 전문 칼럼리스트인 하이든 쇼네시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애플-삼성 평결이 큰 실수인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디자인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디자인은 패션이며 시즌이 지나면 소멸되고 바뀌는 특징을 가진 지적재산권"이라고 전했다.

최근 IT업계의 특허소송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대리전 성격이 짙다. 하지만 애플을 비롯한 IT공룡들은 혁신적인 기술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특허를 무기로 새로운 경쟁자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소송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국가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기업에 불리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져 이에 편승한 무분별한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연구원에 따르면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공세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접수된 제소 건수는 1990년 13건에서 2010년 5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허소송을 통해 이익을 내는 특허전문관리기업(NPEㆍ특허괴물)으로 인한 특허분쟁 역시 지난 3년간 평균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글로벌 IT업계 판도는 혁신이 아닌 소송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아니라 법정에서 IT업계의 구도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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