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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드 마크'와 통계
입력2002-07-23 00:00:00
수정
2002.07.23 00:00:00
통계청이 대전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서울에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많다.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도로 표면에 까만 타이어 흔적이 나있는 것을 자주 본다.
이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미끄러져 생긴 흔적으로 스키드 마크(Skid Mark)라고 하는데, 교통사고의 원인을 밝히거나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한다.
나는 스키드 마크를 볼 때마다 "여기에 무슨 사고가 있었구나. 누가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게 된다. 스키드 마크가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노란 신호등'인 셈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01년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169명에 이른다. 작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OECD 국가중 상위에 속하는 높은 수치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조급한 경쟁심리 때문일까? 아니면 '사고날 사람은 어차피 나게 돼있다'는 운명론에서 기인하는 걸까?
우리나라 교통사고 관련통계는 경찰청에서 만들어 낸다. 이것은 우리나라 통계제도가 필요한 기관에서 필요한 통계를 만들도록 하는 '분산형' 통계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통계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 기관에서 필요한 통계를 만들어내다 보니까 기관간 통계를 중복해서 생산하기도 한다.
이것은 국가예산과 인력을 이중을 사용하는 일이기도 하고 국민들에게는 부담을 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통계청은 산업생산, 고용, 물가 등 55종의 통계를 직접 생산하는 동시에 중앙통계기관으로서 각 기관에서 생산하는 통계의 기준을 정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금주부터 초ㆍ중ㆍ고생의 방학과 더불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공무원도 여름휴가를 갖는다. 올 여름도 유명 피서지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교통지옥이 될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유명 피서지로 몰려든다.
'스키드 마크'는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노란 신호등'이다. 나 역시 운전할 때마다 옆자리에 앉은 아내로부터 "속도 좀 줄여라"는 핀잔을 평생 듣고 산다.
이번 휴가부터라도 나부터 과속운전을 삼가서 칭찬받는 운전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한다. 작은 가족사랑 실천의 첫걸음으로서 말이다.
/오종남<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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