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방송채널 국내선 맥 못춘다 디즈니·MTV 등 20여개 대부분 시청률 중하위권에 "친근감 없고 정서 전혀 안맞아 한국화 실패" 지적국내 영상콘텐츠 수출 추진 때 '반면교사'로 삼아야 이상훈기자 flat@sed.co.kr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디즈니, MTV, BBC, 디스커버리 등 전세계 안방을 주름잡는 유수의 방송사들이 정작 국내에 진출해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나 까르푸가 국내 정착에 실패, 한국에서 철수한 것과 유사한 ‘방송판 월마트’ 현상이다. 특히 다국적 프로그램들의 국내안착 실패는 방송ㆍ게임ㆍ영화 등 디지털영상 콘텐츠산업을 향후 국가 주력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국내 영상수출정책에도 강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중인 외국계 채널은 20개 남짓. 이들은 크게 MTV(음악전문),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다큐멘터리), 닉(NICKㆍ어린이 애니메이션), MBC-ESPN(스포츠) 등 7개사 정도인 해외 합작 채널과 CNN, BBC, 디스커버리채널(다큐멘터리), 디즈니채널(어린이 애니메이션), 블룸버그TV(경제전문뉴스), AXN(소니 계열 오락채널) 등 국외에서 쏜 전파를 그대로 받아 틀어주는 해외 재송신 채널 13개로 나뉜다. 해외합작 채널은 해외방송사와 국내자본이 국내에 만든 합작투자 회사로 합작 해외방송사 프로그램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재편성해 내보내는 반면 해외재송신 채널은 해당국가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내용과 방영순서 그대로 자막처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방송을 말한다. 케이블TV의 경우를 보자. MBC-ESPN 정도만 빼고 대부분의 해외 채널들이 시청률 순위에서 중간 이하다. 시청률조사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가 4월 한 달간 집계한 케이블TV 시청률 순위를 보면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은 조사대상 케이블TV 71개 채널 중 39위, MTV는 44위. 닉은 순위권 밖이다.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도 마찬가지. MBC-ESPN을 제외하면 스카이라이프 총 채널 숫자 76개 중 가장 높은 순위는 히스토리채널로 19위, 디즈니채널은 36위에 있다. 해외 재전송 채널 가운데 순위가 가장 높은 AXN은 24위(점유율 1%)로 스카이라이프 1위 채널인 KBSSKY 드라마(점유율 9.71%)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제적인 평가를 받는 CNN이나 BBC, 홍콩계 STAR스포츠 등도 모두 50위권 밖이다. MBC ESPN이 국내 스포츠경기와 K-1 등 대개 국내용 콘텐츠로 채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외 채널들이 국내방송계에서 ‘전멸’한 셈이다. 해외 채널들이 부진이유는 국내 시청자들의 취향과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 ‘한국화 실패’가 우선 지적된다. MTV의 경우 국내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인 ‘트루 뮤직 라이브’ 정도를 빼면 대개 해외 팝 스타 출연 프로그램들로 채워진다. 어린이 타깃 채널인 닉, 디즈니채널도 투니버스(온미디어 계열ㆍ어린이 애니메이션)등이 국내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길들여놓은 시청자들의 입맛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금표 스카이HD사장은 “친근감이 떨어지는게 주요인”이라며 “한국화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진단했다. 해외채널이 CJ, 오리온 등 대기업 계열이 장악한 SO(케이블방송사)와 스카이라이프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근원적 구조도 요인으로 꼽힌다. 합작 채널들을 보유한 CJ미디어나 온미디어 등 MPP들 조차 SO에 채널을 꽂을 때 자사 토종 채널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한 MPP 관계자는 “광고가 PP의 주수익원인데 시청률이 높은 채널위주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알짜’ 프로그램들은 이미 국내 ‘토종’ 채널들이 건당 선별 수입해 방영한다는 점도 해외 채널의 경쟁력을 약화 원인이다. ‘위기의 주부들’ ‘프렌즈’ 등 국내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드라마 프로그램과 인기 할리우드 영화들 대부분은 온스타일, OCN, 채널CGV 등 국내사업자들이 콘텐츠별로 들여와 따로 방영하고 있다. 반면 방송계 일각에서는 향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부환경 변화로 방송시장 개방이 가속화돼 해외 미디어자본이 국내에 대거 유입될 경우 국내 방송시장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에서는 미국방송도 잘 먹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컬처럴 디스카운트(Cultural discount)가 두드러진다”며 “아직은 국내프로그램들이 대항력이 높지만 해외 방송사들이 국내자본 투자나 방송사 인수를 통해 한국인력을 활용해 한국용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국내 방송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영상진흥원 한 관계자는 “한국산 영상콘텐츠 해외수출 과정에서 해외채널들의 국내 상황을 반면교사를 삼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5/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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