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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퍼주기 안된다] <3> 사각지대에 숨은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일진 동반성장도 외면<br>귀뚜라미·삼천리 등 골목상권 넘봐<br>성장가도 아웃도어업체 기부엔 인색

유장희(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9일 제22차 위원회를 열고 2013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109개를 확정 발표했다. 올해는 중견기업을 비롯한 비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1차 협력사 대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사진제공=동반성장위원회


올해 상호출자제한규제 기업집단에서 중견기업으로 강등(?)된 대한전선은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 동반성장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매출 2조5,299억원인 대한전선그룹은 지난 2011년 협력업체들과 공정거래및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긴급운영자금 지원 확대 ▲현금 결제비율 상향 조정 ▲공동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 지원에 나섰다. 구매담당 임원에 대한 동반성장 추진실적 평가제도를 도입했음은 물론이다.

반면 대한전선그룹과 비슷한 2조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일진그룹은 딴판이다. 핵심 계열사 일진전기에만 380개 정도의 협력업체가 있는 일진그룹에는 이렇다할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없다. 상호출자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기업임에도 중견기업으로 불리는 이 그룹은 공기업을 제외하면 재계 50위권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진중공업에 협력업체가 좀 있고 일진전기 전선 부분에 380개 정도의 협력사 밖에 없어 상생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경쟁사인 LS전선, 대한전선 등에 비해 규모가 작아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은 커녕 자신의 협력기업인 2,3차 업체들게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일삼는 중견기업(1차 협력업체)들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서한산업에 과징금 5억4,400만원 부과했다. 하도급업체에 강압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했다가 철퇴를 맞은 것. 최근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과정에서 영업직원의 욕설 파문으로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역시 협력업체인 대리점들에게 악행을 일삼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경제민주화 기류를 타고 감시와 규제가 강화된 대기업, 즉 상호출자규제를 받는 62개 기업집단(1,768개 기업)은 동반성장ㆍ사회공헌ㆍ대국민소통 등에 열심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3,000개 남짓한 중견기업 중 대기업 뺨치는 상위 기업들중 상당수는 여전히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것은 물론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과거 재벌의 나쁜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실제로 동반성장 노력이 미흡한 일진그룹은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계열사 일진전기가 허진규 회장의 장남 정석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일진파트너스에 물류 일감 100%를 몰아줘 "오너 일가 곳간 채우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서울경제 4월15일자 15면 참조

뿐만 아니라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 9.4%를 보유해 비상장기업을 이용한 그룹지배를 해온 재벌행태와 다를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월23일 허 회장 일가는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기업 일진반도체를 통해 일진디스플레이 신주인수권을 사고 팔면서 456억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중견 식품업체인 동서그룹도 최근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건설 계열사 성제개발은 매출 90%가 계열사를 통해 나와 지난달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성제개발은 김상헌 회장의 아들인 김종희 상무가 32.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다를바 없는 중견기업들이 '꼬마 재벌' 같은 전근대적 행위를 하고 있는 데는 정부와 국민, 언론의 감시가 상호출자규제집단, 즉 재벌집단에만 집중된 탓이 크다. 한마디로 중견기업 부문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중견기업들은 자신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 지원을 못 누리며 소외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각지대라는 맹점을 이용해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지원을 바라고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기업 규모에 걸맞게 베풀 줄 아는 아량부터 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중견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도 문제다. 지난 22일 발표한 동반위의 음식점업 규제대상 기업을 보면 중견기업은 24곳으로 대기업의 9곳에 비해 3배 정도 많다. 물론 음식업종 전문 중견기업들이 많지만 귀뚜라미, 삼천리, AK플라자 등은 자신들의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사업보다 손쉬운 외식업에 줄줄이 뛰어든 케이스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영업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

보일러 전문기업 귀뚜라미그룹의 카페 프랜차이즈'닥터로빈'은 최진민 회장의 막내딸인 최문경씨가 일하고 있는 외식업체다. 닥터로빈 매장은 귀뚜라미홈시스 본사, 계열사인 대구방송, 한탄강리조트 등에 입점해 있다. 중견 에너지기업 삼천리도 지난 2008년부터 퓨전 태국 레스토랑 '차이797'을 시작했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일부 중견기업들의 사회공헌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올초 한국지배구조원의 사회책임경영 평가에 따르면 대기업은 40.89점, 중견기업은 27.59점을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일진그룹은 지난해 1억3,000만원을 기부하고, 일진학술문화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준 게 전부다.

얼마전 이슈가 된 아웃도어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아웃도어업계 3위에 오른 케이투코리아는 겨우 1억7,500만원, 4위 블랙야크도 4,535억원의 매출에도 불구 3억4,200만원을 냈을 뿐이다.

윤진수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 경영자들이 사회공헌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다 보니 사회적 책임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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