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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녹조 수돗물 걱정 씻어내려면


최근 수도권 2,000만명의 상수원인 북한강 청평호~팔당호 구간과 한강 강동대교~잠실대교 구간, 낙동강 전역 등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해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녹조의 번식은 물의 온도에 크게 영향 받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지속되는 폭염과 적은 강수량이 녹조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상수도당국은 녹조로 인한 수돗물 악취 등 때문에 바짝 긴장해 있다. 냄새의 원인은 폭염 등으로 인해 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오스민이라는 냄새 물질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 서둘려야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똑같은 일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일어났다. 11월 중순 경기 남양주시와 양평군에서 시작된 수돗물 냄새 민원은 12월부터 팔당 상수원에서 용수를 공급 받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됐다. 접수된 민원만 1,800건이나 됐으니 수도권 주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녹조로 인한 수돗물 냄새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면 수돗물의 맛ㆍ냄새는 물론 수질 사고시에도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도정책당국, 각 도시의 상수도사업본부와 수자원공사 등은 근본적인 대책을 차일피일 미루다 일이 터지면 활성탄 투입 등 임기응변식 처방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사업자들은 투자재원 부족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수도권에 도입하는 데만 총 1조6,000억원이 든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수돗물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수원관리에서 취수ㆍ정수ㆍ공급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고도화ㆍ과학화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투자비다. 국내 수도시설의 많은 부분이 20년 이상 노후화돼 있어 고도화ㆍ과학화하는데 막대한 돈이 든다. 우리가 내는 수도요금(원가의 80% 수준)으로는 신규 고도화ㆍ과학화 투자는커녕 시설 유지관리도 어렵다. 각 지방자치단체로 물을 공급하는 도매자의 역할을 하는 광역상수도는 7년째 요금이 동결돼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물값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전국 수도요금은 1,000리터 기준으로 평균 약 610원 수준(광역상수도 394원)에 불과하다. 같은 양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우리가 쉽게 사서 마시는 생수는 60만원, 콜라는 90만원, 우유는 215만원 수준이니 우리의 수돗물값 수준이 어떠한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래 세대 위해 수도료 현실화 필요

물론 공공요금이 서민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부 입장에서는 수도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지만 이번 수도권 수돗물 냄새 사태에서 보듯이 그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어떤 것이 진정 국민의 '물 복지'향상을 위한 것인지는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수돗물값 현실화는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의 책무라 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미룬 투자는 결국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물가불안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종기를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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