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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펀드 영세화 무엇이 문제인가] 반짝인기 치중 부실

상품명도 유행을 따라야 하고, 심지어 이름을 잘 지어야 잘 팔린다니 투신사나 증권사의 고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펀드수가 지나치게 많고 영세하다는 것이다. 펀드의 영세화는 단명화하고도 직결된다. 올들어 지난 2월 8일 현재 국내의 펀드수는 총 1만5,233개. 금융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많다. 펀드당 규모도 100억원 남짓하다. 이처럼 펀드수가 많고 영세한 것은 무엇보다도 채권의 장부가평가에서 기인한다. 즉 채권은 금리상품인데, 채권의 시가평가가 안돼 금리가 변동할 때마다 펀드를 쪼개거나 신설했다는 것이다. 만일 금리가 변동됐음에도 동일한 펀드에 가입시기가 다른 자금을 함께 운용할 경우 수익률은 희석되고, 이는 곧바로 투자자의 항의로 이어진다. 이에따라 금리변동이 심했던 90년대 초반부터 펀드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투신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펀드공장」이 돼야 했다. 기관전용펀드의 무분별한 설정도 소규모펀드 난립의 원인이 됐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펀드의 실질 가입자가 100명 이상이어야 공모로 상품을 팔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실질 가입자가 100명 이하일 경우 헤지펀드로 분류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가증권 공모행위를 준용, 50인 이상 투자자로부터 청약신청만 받으면 공모로 인정하고 있다. 즉 약관 50부만 찍어 돌리면 실질 가입자가 1명이라도 공모펀드로 인정한다는 얘기다. 기관전용펀드의 문제점은 단순히 펀드 숫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즉 특정 기관이 대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기관전용펀드를 만든 뒤 수익률 저조에 문제를 제기하면 투신사들은 여타 펀드에서 수익률이 좋은 주식이나 채권을 빼오는 등 불법편출입을 통해 수익률을 맞춰주는 행위도 일삼았다. 편의주의에 바탕을 둔 상품판매 또한 소규모펀드 난립의 원인이다. 투신사와 증권사들은 그동안 기존 펀드를 지속적으로 팔기보다는 신규펀드 판매를 선호해 왔다. 이는 수익률에 자신이 없는 기존 펀드를 판매하기보다는 수익률 검증이 안된 신규펀드 판매에 주력함으로써 운용성과에 대한 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펀드운용이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전제돼야 하며, 이렇게 될 경우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펀드의 장수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펀드가 영세하고 수가 많으면 무엇보다도 정상적인 펀드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채권같은 경우는 한 종목당 거래단위가 30억~50억원에 이르는데, 만일 펀드규모가 작으면 채권거래 자체가 어렵게 된다. 즉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을 막론하고 하나의 종목에 전체 신탁재산의 1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일상적인 채권거래를 위해서는 최소한 펀드 규모가 500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펀드는 유동성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규모가 크면 자체 유동성으로 고객의 환매요구에 대응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작을 경우에는 주식이나 채권을 일일이 팔아야 하는 만큼 펀드운용에 애로가 생긴다. 펀드가 영세하고 많으면 고객관리도 부실해 진다. 즉 동일금액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라고 해도 다수의 소형펀드를 운용하는 경우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 운용보고서 작성, 회계감사, 공시강화 등의 대(對) 고객 서비스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대량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떨어뜨릴 수 있는 등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수익률 제고와 연결된다. 또한 펀드 대형화는 마케팅 분야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외국의 경우 펀드 마케팅의 일차 목표는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며, 이에따라 자금유입도 좌우된다. 국내의 바이코리아나 박현주펀드가 성공한 것도 결국은 이들 펀드의 네임밸류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가 소형화되고 많으면 광고를 해도 효과가 분산되며, 투신사 역시 아무리 좋은 펀드운용 실적을 갖고 있어도 투자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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