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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고용제 완화(논쟁)
입력1996-12-05 00:00:00
수정
1996.12.05 00:00:00
정부는 최근 「국가경쟁력10%높이기」운동의 일환으로 산업보건의등 13개 자격증소지자의 의무고용을 폐지하고 전기안전관리자등 14개 분야의 의무고용인원을 축소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크게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와 민간사회단체에서는 「삶의 질」을 낮출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반대/국민 삶의질 희생 강요정책 불과/산업안전·보건위생·환경 등 악화 초래/근로자 20만명 실직 등 사회문제 야기/경제위기 책임 노동자에 일방적 전가 안될말
정부는 「국가경쟁력 10% 높이기」 방안의 하나로 산업보건의, 교통안전관리자등의 의무고용을 폐지하고 전기안전관리자, 대기환경관리인등 분야에 대해서는 의무고용인원을 축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무고용제 완화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의도하는 바와 같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는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산업안전·보건위생·환경등의 여건악화로 노동자들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정책이다.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국가경쟁력 10% 높이기」방안들은 대부분 기업의 부담은 완화해 주면서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반면 국민과 노동자들에게는 그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삶의 질」이라는 구호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온 정부조차 개발독재 시대의 재벌특혜를 재연, 「양」으로 「질」을 대체하고 「국민」보다는 「기업」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경기하강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의 여러가지 어려움을 과대포장한 경제위기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재 국가공인 자격증은 7백34가지다. 이가운데 27가지가 의무고용제 적용대상이며 종사 노동자수는 모두 4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방침대로 의무고용제가 대폭 완화되면 약 20만명 이상이 감원등 고용불안 상태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 소지자나 자격시험 응시자들은 자격증보유에 따른 이익들을 일시에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와 정책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저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국가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의무고용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 약화의 근본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저부가가치산업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구조조정, 세계경제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의 육성이 보다 시급한 과제다.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들간의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양극화돼 있는 경제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없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핑계로 재벌기업에 더 많은 특혜를 줌으로써 경제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신노사관계구상에 출발한 노사관계개혁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사회의 생산력 발전의 주도적 요인이 될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노동력 발휘가 어떻게 법과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것인가를 노사정 모두 심도있게 논의해야 된다. 「국민의 삶의 질」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기업의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자는 단기적이고 대중적인 처방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번 의무고용제 완화방침에서 사실상 폐지되는 분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의무고용을 완화해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분야도 지금까지의 기업관행에 비춰보면 사실상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가 여러가지 의무고용으로 인한 인건비등 비용부담 해소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화답해 정부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나섰다. 보다 많은 이익의 창출이라는 기업활동의 최대목표에 따라 자율이 곧 사실상 폐지로 이어질 것은 어느 정도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산업안전분야의 경우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해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마당에 이를 완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분야의 경우 더 말할 나위없이 시대역행적인 것이며 OECD가입, WTO협상등에서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거나 무역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불합리하고 과도한 의무고용제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해 불필요하게 기업에 부담을 주는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작업은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훈련을 통한 인력활용, 고용창출수단을 동원해 고용불안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는 일과 병행돼야 할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 관치경제를 청산하고 작은정부의 이념에 맞게 정부부문부터 효율성을 높이는 특단의 자기희생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철폐와 기업의 전향적인 경영혁신 없이 의무고용제 폐지·축소등의 일방적 조치만 도입한다면 이는 경제악화의 부담과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국가경쟁력 강화에 역효과만을 낳게 될것이다.
기업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보건·위생뿐 아니라 환경등 국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무고용제는 오히려 더욱 강화돼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감시·감독, 기업의 내실운영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김경호 경실련 정책부장 약력
▲66년 경북안동생
▲91년 연세대 법대졸업
▲94년 경실련 부패추방운동간사
◎찬성/중복강제 제거 경쟁력 제고 필요/29개분야 유자격자 고용 강요 부담커/노동시장 원리 따른 자율채용 보장을/전문대행인 활용·유사분야 겸직 확대해야
기업활동의 규제완화에 대한 특별 조치법의 개정안 속에 의무고용제도 개선방안의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정의무고용제도는 국가가 정책적 필요에 의해 일정한 유자격자 고용을 개별법률에 의해 강제하는 제도로서 산업시설의 보호, 공공의 복리, 사회정책적 목적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는 여전히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를 무시한채 동일한 업종을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생겨남에 따라 업계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산업사회가 열악하고 기업의 생산 시설이 노동집약적이었던 시대에는 유자격자를 통한 정책목적의 실현이란 당초 목표가 최근들어서는 점차 비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법정의무고용을 강제하는 대상분야는 안전의 경우만 하더라도 14개에 달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환경, 위생, 사회정책, 교통, 품질 그리고 에너지 등 수많은 분야가 그 대상으로 되어있다.
이같은 제도는 개별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상당한 합리성을 갖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해당 사업체의 입장에서 볼때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유자격자를 별도로 고용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임금, 인력확보 등 여러면에서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우리 기업들은 사회 정책적 관점에서 제정된 국가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에서 유공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3∼8%에 해당하는 의무고용의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추가하여 장애인 고용 촉진법에 의해 2%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일정액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런 의무고용 부담을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모두 23개 법률에 의해 29개 분야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이러한 의무고용을 완화하는 것은 산재사고를 촉발시키고 기업활동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기업들이 더 정확하게 판단하며 자격증 이전에 기술 수준의 평가는 현장에서 잘 축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선택과 결정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영계가 무조건 의무고용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중복되는 의무규정을 완화하고 보다 자율성을 기업에 부여함으로써 자격자의 공급과 관련된 단체나 교육기관의 지나친 기득권을 없애자는 것이다.
또 수요자의 관점에서 인사전반의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시장의 원리가 철저히 적용되는 인력시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때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제도적으로 유자격자를 강제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자격자가 기업의 안전보건에 도움이 된다는 기업들은 그러한 사람을 기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누가 보더라도 비합리적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모든 것을 타율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안은 최소한의 운용이라는 원칙 아래서 안전과 관련된 의무고용은 공단지역내 풀제나 전문대행인의 활용을 확대하고 사회정책적인 목적에 의한 장애인 그리고 국가 유공자 및 안전과 관련 없는 의무고용등은 원칙적으로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13개 분야를 대상으로 추진중인 자율고용 대상분야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차제에 자율고용대상에서 제외된 분야에 대해서는 과연 의무고용제도를 존속시킬 필요성과 합리성이 있는가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분야의 의무고용자를 채용하면 다른 분야의 의무고용자에 대한 채용의무를 면제해 주는 상호겸직 인정 범위의 확대는 대단히 유용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장에서 유사한 직무가 명목상 별도로 정의되어 중복강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안전관리자를 채용하지 않고 안전관리업무를 외부 대행기관에 위탁 하거나 위탁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도 논의된바 있으나 현재에도 위탁대행업무가 극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등을 감안하여 가급적 자율고용을 확대하고 의무고용면제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여진다.
□김영배 경총 정책본부장 약력
▲56년 부산생
▲미 조지아대 경제학박사
▲경총조사담당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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