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톱3'는 삼성전자(32.6%), 애플(13.4%), LG전자(5.2%)가 차지, 우리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3위권 밖의 순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ZTE(4.9%), 화웨이(4.8%), 레노버(4.6%), 쿨패드(4.4%) 등 중국 제조사가 4위부터 7위까지 모두 차지한 것이다. 올해 2ㆍ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7,880만대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2억3,300만대)의 34%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10%만 챙겨도 글로벌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제는 삼성이 애플이나 구글보다는 중국 업체를 경계하고 중국 시장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KOTRA 상하이 무역관장이 중국 14억명의 소비 시장을 정교하게 분석한 책을 내놓았다. 미국과 G2 반열에 오른 중국은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에서 소비로,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도 중국 진출에 대한 패러다임을 신속하게 바꾸지 않으면 글로벌 업체들과의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가장 시급한 전제조건으로 중국 소비 시장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중국을 임가공 공장으로 활용하던 시기에 방점을 찍는 내용이 대부분인 만큼 보다 진전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저자는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 운영의 청사진이 될 '시진핑노믹스'의 핵심을 '질적 성장'이라고 규정짓는다. 또 중국 내수 시장 키워드로 ▦도시화 ▦온라인 유통 ▦업그레이드 ▦환경 ▦서비스 산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1년말 기준 중국의 도시화율은 51% 수준으로, 일본(76%), 미국(84%), 한국(86%)을 크게 밑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50년까지 도시화율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인 만큼 도시화 관련 산업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11년 기준 중국 온라인 시장 규모는 8,000억 위안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대비 68%나 증가했다. 중국 전체 소비액 중 온라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불과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중국 진출을 앞둔 우리 중소기업에게 온라인 시장은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중국의 소비 유형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중국 사치품 시장이 매년 급속하게 확대되는 동시에 세계시장 점유율도 27%로, 세계 2위(2011년 기준)고, 2년 이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연령대별로 소비 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에도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문화대혁명 같은 격동기를 겪은 55세 이상 세대들은 비(非) 생활필수품이나 문화상품의 소비를 절제하는 반면 45~54세 사이의 잠재적 실버 세대는 비생활필수품 소비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 특히 젊은 세대의 소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동차, 퍼스널케어, 식료품 등의 소비는 물론 문화상품이나 사치품 소비도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시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로 ▦메이드 포 차이나 혹은 메이드 위드 차이나 ▦중국인의 자존심을 역이용하라 ▦조선족과 더불어 살아가기 등을 제안하는 한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틈새 전략도 자세하게 소개해 중국 진출을 꾀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최신 실용서로서 권할 만 하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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