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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김선달이 통계 활용했더라면

우리 역사와 설화(說話) 속에 나오는 희대의 사기꾼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그는 마치 자기가 대동강 물을 독점해 팔고 있는 것처럼 연출을 하고 이를 본 한양 상인들이 대동강 물 흥정에 나서게끔 해 거금을 챙긴 것이다. 두둑한 배짱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봉이 김선달식 성공 스토리는 오늘날에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중동 지역에 난로를 수출한다든지 추운 러시아나 북유럽의 에어컨시장을 장악해 성공 신화를 이룬 기업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어찌 보면 무모하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이런 마케팅 전략이 창의적인 생각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실이 됐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재치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아직 개척되지 않은 거대 시장에 투자와 마케팅을 집중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위험과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는 블루오션을 발견하고 실패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각종 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통계를 분석한다.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중동 지역에서는 영상 10도만 돼도 추위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난로를 수출하게 된 것이며 중앙집중식 난방으로 실내 온도 조절이 쉽지 않은 러시아에서는 안팎의 급격한 기온 차이로 집안에 습기가 차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조절이 함께 되는 에어컨을 팔게 된 것이다. 비단 해외시장에서의 예외적인 성공 사례일 뿐일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지하철에서 무료신문을 보거나 DMB폰ㆍ휴대용멀티미디어재생장치(PMP) 등으로 유무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바쁜 현대인들의 이동시간을 실속 있게 채워주는 이동형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미 통계청에서 조사한 ‘2004년 생활시간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이동시간이 지난 99년보다 5분 증가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 5분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바로 통계 데이터를 활용할 줄 아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통계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층, 즉 ‘블루슈머(Blue Ocean+consumer)’의 특성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자 2007년 황금돼지를 낚고 싶다면 로또를 사는 대신 지금 당장 통계와 친해지시라. 아마도 그 옛날 봉이 김선달이 본격적으로 통계를 활용할 생각을 했다면 ‘미워할 수 없는 희대의 사기꾼’이 아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창의적인 사업가’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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