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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자유와 한국미래
입력2003-11-30 00:00:00
수정
2003.11.30 00:00:00
미국에서 살다가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온 한 후배의 고민을 소개하고자 한다. 후배는 아이들 교육이 걱정돼 학교 근처에 전셋집을 마련했다. 우선 전셋값은 15년 동안 저축한 돈을 가지고도 모자랄 정도로 비쌌지만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빚까지 얻어 구했다.
얼마 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말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교는 잠자는 곳 같아요.”많은 아이들이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잠을 잔다는 것이다. 후배는 잠자는 이유를 듣고는 다시 한번 놀랠 수 밖에 없었다. 일부는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과외공부를 했기 때문이고 일부는 학교수업이 어려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냥 잠이나 자고, 또 일부는 수업내용이 너무 쉬워서 들을 필요가 없어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필자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40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람동우회`라는 서클을 만들었다. 사춘기였기에 무언지 모르게 답답해 무조건 도서관을 찾았다. 인생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생각된 제목의 책을 여러 권 빌렸다. 쇼펜하우어ㆍ박종홍ㆍ김형석 등등 당시에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저자들의 책이었다. 한자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 읽어도 뜻도 제대로 몰랐고, 어떤 책은 아예 읽지도 못하고 되돌려 줬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강(江)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인 `가람`을 따서 `가람동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같이 모일 장소를 구해 책도 읽고, 함께 놀러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했다.
내 인생관의 상당부분은 이때 형성됐고, 사회생활방식도 배웠다.(로버트 폴검은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지만…). 당시의 동우 회원들은 대부분 현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동우회는 이후 33년을 지속한 뒤 몇 년 전 신규가입 희망자가 없어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이 학교공부ㆍ과외공부 때문에 도저히 특별활동을 할 만한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안쓰러운 현실이다. 중ㆍ고등학교 때 학교수업만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껏 자유롭게 놀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의 중요성도 배우고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도하고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키우느냐, 못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붕어빵형 인간을 양산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안 된다.
<허노중(코스닥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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