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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활성화 처방] 투자가 유일한 대안이다
입력2005-08-04 16:49:47
수정
2005.08.04 16:49:47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학생들은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성적표를 받는다. 성적이 괜찮으면 방학을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방학은 가시방석이 된다. 요즘 2ㆍ4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든 정부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이번 분기 성적만 나쁜 게 아니라 지난 2년반 동안의 경제성적이 신통찮다. 그나마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경제성장률이 들쑥날쑥 종잡을 수가 없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에 비하면 괜찮다느니, 경제성장률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도 해보지만 국민들 눈총은 예사롭지 않다.
우리 경제는 최근 지난 2000년 2ㆍ4분기를 정점으로 분기별 경제성장률의 고점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의 탄력성이 줄어들며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전년도 2ㆍ4분기 이후 하락하는 경기침체는 내수침체형으로 침체의 폭과 속도가 완만해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를 만들지 않는 한 경기흐름의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서민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5분위 배율은 2003년의 5.22에서 계속 높아져 올해 1ㆍ4분기 말에는 5.87로 악화된 상태다. 게다가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양극의 한 끝에 있는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사경을 헤매며 서민들은 늘어난 부채에 신음하고 취업준비생과 유휴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90만명에 육박한다는 청년 실업자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집권 후반기를 맞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그것은 지역구도 해소도, 과거사 규명도, 정치개혁도 아니다. 경기를 회복시키고 국가의 성장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일자리 창출, 신용불량자 및 가계부채 해소, 빈부격차 축소 등의 모든 과제가 경기회복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개방된 경제구조하에서는 경기가 침체 후에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경제환경 개선 노력이 없이는 소비와 투자가 국내에서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경기회복의 수선을 잡아가느냐이다. 정부는 내수 중에서도 올해 상반기 2.3%의 증가를 보이는 소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가 증가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가구당 부채잔액이 3,200만원을 넘으며 부채증가율이 자산증가율을 웃돌아 가계부채 문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이 고용이 늘지 않고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소비가 경기회복을 주도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격감하는 수출을 대신할 경기회복의 동력은 투자밖에 없다. 경기회복을 위해선 투자를 앞세워 투자가 고용을, 고용이 소득을, 소득증대를 통한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투자 중에서도 핵심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살리는 일이다. 작금 국내기업의 저조한 설비투자의 원인을 한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예전과 같은 고수익의 투자기회는 줄어드는데 주주는 신중한 투자를 요구한다. 국내에 투자하자니 인건비와 토지가격은 비싸고 갖가지 규제와 이익단체들의 제약이 많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쟁력도 없다. 그러니 수출이 계속되고 설비투자압력이 증가해도 설비투자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면 나라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정부도 투자유치에 기업을 가릴 필요가 없으며 누구에게라도 경쟁력 있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투자금액의 일부를 보조해가면서까지 다국적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인천에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페덱스(Fedex)의 아시아물류허브를 유치하려다 중국 광둥성에 빼앗겼다. 과연 우리가 미국의 앨라배마주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았던 것 같은 제안을 가지고 노력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요즘 X파일이니 재벌형제간 문제로 기업들을 보는 눈이 곱지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업들을 앞세워 경기를 살리고 경제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우리의 자식들이 먹고 살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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