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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생활양식 직장인들에 뿌리내렸다

연휴가 있을 땐 언제나 해외여행정보를 훑었다. 그러나 지금은 3일이 넘는 휴가가 생겨도 날을 잡아 근교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정도다. 생일이면 파티는 예외없이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선물은 3만원 이상 외제화장품과 액세서리였다. 이젠 호프집 등 분위기보다는 양많고 실속있는 곳을 찾고 1만-2만원짜리 CD나 도서상품권 등의 선물에도 만족한다. 주말엔 차를 타고 미사리나 양평 등 교외로 자주 나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드라이브도 즐겼는데 지금은 공짜표가 혹시 생기면 놀이공원이나 야구장을 찾아 나설 뿐그렇지 못할 경우 그냥 집에 틀어 박힌다. 모건설회사 사보팀의 신세대 `미시족' 임모대리(27)가 소개하는 IMF생활양식이다. IMF체제가 시작된 뒤 10개월 이상이 흐른 지금, `절약만이 미덕'이란 철학에 바탕한 'IMF생활양식'이 직장인들 사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적정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당국과 전문가들의 조언에도불구, '박봉'과 '구조조정 위협'을 견뎌야 할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아껴야 산다'는 금언은 마치 신성불가침한 신념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제조업체가 직원 2백85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84%가 "IMF체제 전보다 소비지출을 줄였다"고 답했으며 가장 지출이 많이 줄어든 항목으론 문화레저비(28%)가 으뜸으로 꼽혔고 식비와 의류비, 육아교육비 등이 뒤를 이었다. IMF체제 전에 월평균 3.8회였던 술자리는 2.2회로 줄었고 가장 즐겨 찾는 회식집은 소갈비.불고기집에서 소주집으로 변했을 뿐아니라 1회 3만원이 가장 많던(66%) 경조사비는 2만원(52%)으로 바뀌었다. H제지업체 金모차장(40)은 IMF 생활양식에 익숙해진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요즘 출근시간을 한시간 앞당겨 오전 8시면 책상을 마주 대하고 퇴근은 오히려 오후 7시로 한시간 늦추었다. 물론 자가용은 집에 두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동창들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있는 동문모임이지만 그마저도 언제부턴가 부담스런 자리가 돼버렸다. 건강을 위해 작년초 수영을 시작했지만 6개월전부터 중단하고 대신 조깅과 등산을 시작했다. 부하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식은 으례 소주집이고 점심때 회사를 방문한 손님들을 구내식당으로 안내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S중공업의 李모과장(35)은 "IMF이후 직장인들 사이에 검소한 생활양식이 완전히 뿌리내렸다"며 "그동안의 거품이 빠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좀 삭막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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