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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경제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쏠려 있다. 설마 하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와 모두들 허를 찔린 듯 망연하다. 대결과 오기의 정치가 한순간에 국가를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외국의 언론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한국의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이제 막 바닥을 벗어나려는 한국경제가 또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지 않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앞으로 6개월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운명의 순간이 될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통과되는 순간 우리 경제는 정치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정치에 발목을 잡힌 경제가 풀려날지, 아니면 정치와 경제가 함께 늪으로 빠져 공멸할지는 우리 국민의 위기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아무튼 연초에 기대했던 5%대 경제성장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경제에 대한 막연하던 불안감이 이제 구체적인 위기감으로 변했다. 정치권의 불안은 정부의 정책수행 의지를 감소시키며, 기업의 투자활동과 국민들의 소비활동을 위축시켜 경기를 침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불안한 정치구조 아래서 경제가 꽃을 피우는 경우는 없다. 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페루 등의 경제가 부침을 거듭하는 이유도 정치에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정치불안이 북한의 핵보다도 더 심각한 불확실성의 원천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 있다. 대행체제에서 외교와 행정의 일부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정책수행이 소극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간 이해가 상이하거나 위험이 많은 일은 자연히 연기되게 마련이며,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나 신사업의 추진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동북아경제 중심 건설, 신성장동력 발굴 및 투자, 교육개혁 등의 장기 사업과 신용불량자ㆍ청년실업 등의 당면과제는 누가 사명감을 갖고 챙길지 우려된다. 더구나 논란의 소지가 많은 기업규제 완화, 반기업 정서 극복, 노사정 합의 도출 등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힘없는 대행체제에서 가능할지 걱정이다. 기업활동이 위축되기도 마찬가지다. 경제에 있어 불확실성은 바로 위험이다. 위험이 높아진 상태에서 국내기업의 투자활동은 줄어들며, 외국기업들의 투자는 안전한 곳을 찾아 발길을 돌리게 된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소비심리도 악화된다. 가뜩이나 침체된 투자와 소비의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회복을 모색하던 경기가 다시 장기 침체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이번 위기는 우리 자초한 것이라 해결책도 우리가 갖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뜻을 모아 돌발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이 지도자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임을 대외에 보여줘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감정의 대립을 가라앉히고 국정 안정에 힘을 합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둘째, 정책담당자가 선진국가의 공복답게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책수행의 지연이나 회피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불식시켜야 한다. 외부환경이 불안할수록 기업은 내부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노사간의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고 금융시장의 급변과 돌발적 위기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직시하되 스스로 불안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위기국면에서는 국민의 역할이 더욱 빛난다. 성숙한 선진국민의 자세가 필요하다. 월드컵 때 보였던 질서 있고 단합된 모습, 불안과 공포로 허둥대지 않는 모습, 이기적인 욕구의 분출을 자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 등이 요구된다. 이러한 선진국민의 모습은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외국인투자가들을 안심시켜 경제가 과잉 반응하는 것을 막는 데 기여한다. 과거 위기 때마다 발휘했던 우리 국민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빛을 볼 때다. 지금은 총선과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이길 때 외쳤던 "핵심은 경제야"를 기억해야 한다. <김주현<현대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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