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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꽃게 어황이 좋지만 그물 값 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조업 규모를 줄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국내 최대 꽃게 산지인 연평도 어민들이 가을조업을 시작했으나 기본 어구(漁具) 구입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억대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자금융통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꽃게잡이는 지난 7∼8월 금어기를 지나 지난 1일부터 조업이 재개됐다. 예년 같으면 어선들이 바다에 나가 꽃게 잡이용 어구를 설치하는 투망작업이 한창 일 때다. 그러나 올해는 어민들이 선원을 구할 자금과 어구 구입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정상적인 출어준비를 못하고 있다. 이들 어민들은 지난 2000년까지 꽃게가 잘 잡혀 톡톡한 재미를 봤다. 꽃게가 많이 잡힐 때는 하루에 인천시내의 아파트 한 채도 샀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만큼 꽃게가 잘 잡혔다는 말이다. 이들의 불행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어민들은 2002년까지 꽃게가 잘 잡히자 금융기관으로부터 앞 다퉈 대출을 받아 통통배를 쌍기통으로 바꾸는 등 어선 개조에 나섰다. 그러나 그 후 이상 기온 에다 중국의 불법 어로행위가 겹치면서 연평도 앞바다의 꽃게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어민들은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 개인당 4억∼5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 달 들어 눈 앞에 꽃게가 어른거려도 선원 선불금 2,000만원(1척당 6명분), 어구 구입비 1,000만원 등 최소한의 출어 준비자금 3,000만원조차 마련하지 못해 출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봄 어민들끼리 맞 보증을 서며 수협으로부터 긴급 출어자금을 대출 받아 조업에 나섰지만 봄철 꽃게 어황 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했고 이제는 추가 대출까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연평도 주민(440가구)들이 소유한 꽃게잡이 어선 59척 중 39척(64.4%)이 하반기에 조업을 포기, 20척만이 조업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출어 준비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은 보통 배 1척에 6명의 선원을 두던 예전과는 달리 우선 2∼3명만 고용하고 선장 없이 직접 배를 몰고 조업에 임하고 있다. 옹진군과 수협의 관계자들은 “어민들의 딱한 사정은 알고 있지만 군의 재정이 열악한 데다 대출금의 상환지연으로 수협도 자금의 신규 융통이 불가능하다”며 “인천시와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나 출어자금 지원은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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