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지난 10년간 금을 매도한 결과 무려 400억달러(약 50조4,4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평가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 등 유럽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 1999년대부터 꾸준히 금을 팔아왔다고 7일 보도했다. 당시 금 가격은 온스당 280달러 대로, 현재의 3분위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앙은행이 10년간 금 3,800톤을 매도해 얻은 수익은 560억 달러다. 만일 지난해 3월 금값이 온스당 1,011달러로 최고점을 찍었을 때 팔았더라면 400억 달러를 더 벌 수 있었던 것. 중앙은행의 금 매도로 가장 많이 손실을 본 곳은 스위스. 스위스 중앙은행은 1999년부터 1,550톤의 금을 팔아 190억달러를 날렸다. 영란은행(BOE)는 같은 기간 50억 달러를 놓쳤다. 이들은 금을 판 대신 각종 채권에 투자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금 매각 수익의 용도에 관한 내부 의견차가 심해 금을 팔지 않았다. 당시 금을 처분한 이유는 투자 다변화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1980년 1월에 금 가격이 온스당 835달러까지 치솟은 데 비해 1999년에는 온스당 280달러대 떨어져 평가손실이 너무 컸던 것. 게다가 일부 중앙은행은 전체 자산의 90%를 금으로 보유해 처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년간 대대적으로 금을 매각한 후에도 이들 중앙은행의 전체 보유외환 중 금 비중은 현재 평균 60%.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전체 보유외환 대비 금 비율이 10.5%에 불과한 데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영국 재무부는 "투자를 분산시킴으로써 손실 위험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라며 "금 매각 결정으로 손실 위험이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FT는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 대신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과 위험도 감소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고는 1999년 3만3,523톤에서 2009년 3월 3만145톤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금 보유고는 8,130톤대로 유지됐으며, 중국은 395톤에서 1,054톤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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