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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9월 23일] 나라살림 넓게 멀리 보자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서서히 나라살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모든 국가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대규모 금융자금ㆍ재정자금을 단기간에 투입한 만큼 위기 이후 자금회수가 힘들어지고 그 휴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버블로 시작된 위기를 금융과 재정의 버블로 극복했기에 다시 한번 버블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살림 걱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금을 더 거두거나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급속히 늘어만 가는 국가채무를 줄일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나 국회에서 재정건전성을 걱정하고 있지만 불필요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줄이려는 진정성이 없어 보여 더더욱 걱정이 커진다. 숨어있는 국가채무 관리를 사실 재정건전성 회복은 세금을 더 거두기보다는 세출을 줄이거나 세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감세를 유보하거나 증세를 해도 세수증대 효과는 오는 2011년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재정자금 투입으로 조기에 극복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가채무 논쟁을 이끌었다. 재정 투입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면서 국가채무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를 봐야 한다며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에 공적 자금 조성을 위한 정부보증채무뿐만 아니라 공기업 채무, 국민연금 잠재채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투입된 재정자금 때문에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난다며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국가채무 논쟁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숨어 있는 국가채무를 찾아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랏빚을 늘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보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빚이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라는 숫자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4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하면 작아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40%에는 잡히지 않지만 OECD 국가라면 포함시켰을 실질적인 나랏빚 항목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국제기준으로 공기업 채무는 국가채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단순논리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공기업이 정부 지시와 통제 하에서 수행하는 정책활동 혹은 준재정활동은 재정범위와 국가채무에 포함돼야 한다. 우리의 주요 공기업들은 선진국의 공기업과 달리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다. 4대강 사업 재원 일부를 수자원공사에게 맡긴다는 것도 준재정활동에 해당한다. 한나라당이 10년 전 지적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공기관 준재정활동도 살펴야 전년 대비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놓고 벌이는 공방 또한 의미가 없다. 나라살림을 제대로 꾸리려면 더 넓게, 그리고 더 멀리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 넓게 보려면 정부가 내놓은 예산만이 아니라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준재정활동까지 넓게 보고 관리해야 한다. 또 증가율이라는 수치에 빠져서는 볼 수 없는 각종 예산사업과 공공기관의 사업내용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멀리 보려면 중기재정계획을 만들어 이를 기초로 매년 예산심의를 해야 한다.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해 만든 중기재정계획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이를 기초로 짠 한 해 예산은 그만큼 경제를 시의적절하게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들 걱정하는 재정건전성 문제 역시 넓게 그리고 멀리 볼 때 비로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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