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보는 스스로의 경쟁력은 해외 기업에 비해 5~6년 정도 격차가 나는 70점대다. 전국경제인연합이 국내 IT서비스 기업 3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46.7%)의 기업들은 선진국 IT서비스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업들의 역량이 70점대라고 답했다. 그 결과 90점대라는 응답이 소수(6.7%) 있었지만, 60점대 이하라는 응답도 13.3%였다. 지난 2008년 세계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7,450억 달러였지만 이 중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약 2%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들은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최대 약점으로 저가입찰 관행ㆍ내수지향적 사업구조의 문제점(47.1%)을 지적했다. 당장 수익을 얻기 위해 저렴한 상품을 찍어내는 데 바쁘다는 의미다. 또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두고 대부분의 IT서비스 사업을 맡기다 보니 경쟁력을 키울 틈이 없다는 얘기다. 이밖에 고급인력 부족(11.8%)과 신사업 분야 투자부족(11.7%) 등도 거론됐다. 이밖에 외국어 능력 부족 등도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업들은 선진국 IT서비스 기업들보다 5~6년 가량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IT서비스 관련 사업자를 선정할 때 기술 평가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투입 인력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헤드 카운팅(Head counting)' 방식보다 기술별로 점수를 매기는 기능점수 방식을 선택해 기술력에 근거한 경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IT서비스가 수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IT서비스의 재산권을 기존의 발주자(정부)가 소유하던 관행을 벗어나 정부과 기업(서비스 제공자)가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정부에 적용했던 IT서비스 상품을 해외에 갖고 나가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IT서비스 업체들이 그때그때 사업이 닥칠 때마다 소량 생산을 할 게 아니라 미리 맞춤형 상품을 대량생산해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야 IT서비스 상품이 소모성 상품이 아닌 '지식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등이 IT서비스 기업들을 키워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고용성장률(20.6%)은 IT제조업(3.2%)이나 서비스 전반(3.0%)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역량 역시 32.9%로 제조업 전반(21.7%)을 가볍게 제친다. 한편 올해 세계 IT서비스 시장 규모 전망치는 8,5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IBM이 전세계 시장 중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HP와 액센추어는 각각 4.8, 2.9%로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후지츠, 히타치 등의 일본 기업들도 세계 상위 10대 IT서비스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파워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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