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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운영씨 도청 녹취보고서 '다목적' 활용
입력2005-07-31 09:05:04
수정
2005.07.31 09:05:04
생계목적, 정치권 접촉용, 국정원 복직용 추측 난무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팀장이었던 공운영씨는 274개나 되는 불법 도청 테이프를 요약한 3천여쪽 안팎의 녹취보고서를 어디에활용했을까.
공씨는 1994년 미림이 재건되자 도청 업무에 복귀한 뒤 한번 조직의 `쓴맛'을본 경험 때문에 `언젠가 또다시 도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미래 대비 목적으로 중요 내용을 밀반출했다'고 자술서에 썼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푸대접 받았던 아픈 경험을 감안해 안기부 내 본인과 팀원들의 신분 보장 목적이나 해직된다면 `생계수단'으로 활용할 수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밀반출했을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해준다.
그는 실제로 해직된 뒤 재미교포 박인회(구속)씨와 함께 1999년 9월 하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을 찾아가 녹취보고서를 보여주며 5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공씨도 퇴직 후 불안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교체로 안기부에서 직권면직된 공씨가 사업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테이프 녹취보고서를 활용해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공씨가 "대통령 빼고 다 도청했다"고 주장한 걸 보면 삼성그룹 뿐 아니라 국내재벌그룹 고위 관계자들을 도청한 기록도 보관 중이었을 가능성도 크고 실제도 `빅딜'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공씨는 국정원에서 함께 직권면직된 최모 씨와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하면서주로 관공서를 상대로 영업을 했던 점에 비춰 본인들의 사업 목적으로 녹취보고서를활용했을 수도 있다.
검찰이 공씨의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어서 이러한 의혹은 자연스럽게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녹취보고서의 활용 분야와 관련해 공씨가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개인 자격으로 신한국당 후보를 도왔다는 자술서 내용도 눈에 띈다.
공씨는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 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은밀히선을 대 `순수 민간차원'에서 지원했다고 진술서에서 고백했다.
`은밀히 선을 댈' 정도의 정치자금을 제공할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평생정보 수집 업무에 종사했던 그가 과연 은밀하게 지원했다는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일까.
이와 관련해 공씨가 집안에 보관해오던 녹취보고서를 이회창후보 캠프에 건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박씨와 공씨는 또 녹취보고서를 국정원 복직 청탁에도 활용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씨는 박지원 전 장관이 공직 활동을 하기 전 미국에 머물던 때 함께 뉴욕 한인회를 중심으로 활동했었고 사업도 일부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중앙일보가 박 전 장관에 대해 계속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점에 착안해 박 전장관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불법자금 제공 논의가 담긴 녹취보고서를보여준 뒤 안기부에서 해직됐던 임모씨의 복직도 청탁했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도청 테이프 유출 사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 감찰실장이 진술한 점, 천씨가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공씨등은 녹취보고서를 무기로 천씨에게 직접 `복직'을 협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각계 고위인사들의 사생활을 밤낮없이 감시했던 안기부의 도청 담당 직원들이 정권교체의 격랑 속에서 도태된 뒤 이 녹취보고서들은 날카로운 흉기로 변해권력층을 겨냥했던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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