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 교역조건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ㆍ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가격이 수출가격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특성상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비싸게 팔아야 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구조와는 정반대 현상으로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경상수지 등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07년 3ㆍ4분기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3ㆍ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2000년=100)는 69.0으로 전 분기 대비 3.2% 하락했다. 이는 통계 작성 시점인 지난 88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1% 떨어졌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하며 이 지수가 69라는 것은 100개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으로 69개만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순상품 교역조건은 2005년 1ㆍ4분기 81.3에서 시작해 2ㆍ4분기 78.9, 3ㆍ4분기 77.6, 4ㆍ4분기 78.2, 지난해 1ㆍ4분기 75.1, 2ㆍ4분기 72.4, 3ㆍ4분기 71.2 등으로 계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4ㆍ4분기 73.6, 올 1ㆍ4분기 74.0으로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2ㆍ4분기 71.3을 기록,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3ㆍ4분기에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은 수입단가가 수출단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수출단가는 석유제품ㆍ화공품ㆍ철강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0.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수입단가는 원유ㆍ철강재ㆍ곡물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4.2%나 상승했다. 수출단가의 경우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6.8% 뛰었으나 기계류와 철강제품 등 중화학공업제품(0.5%)과 의류ㆍ종이류 등 경공업제품(0.3%)이 소폭 상승했다. 반면 수입단가는 원유(8.2%), 철강재(5.5%) 등 원자재가 전 분기 대비 4.7%나 급등했고 전기ㆍ전자기기 등 자본재와 곡물(8.0%) 등 소비재가 각각 3.4%, 3.7% 크게 올랐다. 이에 비해 총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하는 소득 교역조건 지수는 158.5를 나타내 전년동기 대비 6.2% 상승했다. 소득 교역조건 지수는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에 수출물량 지수를 곱해 산출하게 되며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가 하락했지만 수출물량이 증가해 3ㆍ4분기 소득 교역조건 지수가 상승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3ㆍ4분기 수출물량은 전기ㆍ전자제품, 승용차 등이 크게 늘어 전년동기 대비 9.6% 증가한 반면 수입물량은 철강재ㆍ내구소비재 등이 늘어 전체적으로 3.7% 증가했다. 이는 3ㆍ4분기에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처럼 비싸게 팔아서 많이 남기는 게 아니라 박리다매식으로 물량공세를 통한 ‘헛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즉 알맹이가 빠진 후진국 형태의 외형성장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단가에 즉각 반영되는 반면 반도체ㆍ기계류 등 수출품목은 시차를 두고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며 “10월ㆍ11월에도 원자재 값이 오르고 있어 당분간 교역조건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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