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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벼랑끝 몰린 기분에 사표 던졌죠"

[심층진단] "벼랑끝 몰린 기분에 사표 던졌죠"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인 정모씨(52)는 요즘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은행에 출근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퇴직후 무엇을 해 먹고살까』하는 문제로 꽉 차있다. 몇달전 조만간 인력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후 정씨는 『이제 은행을 떠날때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2년전 동료와 후배들이 줄줄이 은행을 떠날때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던게 사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끝까지 버틸 기력도 없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식구드을 부양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지난 추석연휴때는 친척들과 만난자리에서 『요즘 돈벌이가 될만한 장사가 뭐냐』고 넌지시 물었다고 한다. 장사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지만 정씨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20여년을 은행원으로만 살아온 그로서는 경험 한번없이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는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씨는 『요즘 2년전 동료들과 함께 명퇴를 하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때 은행을 그만둔 동료나 후배들중 상당수는 마침 시작된 증시 활황 덕분에 증권사나 투신사로 어렵지 않게 직장을 グ弱~ 그중 일부는 적지않은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장사를 시작한다해도 어렵사리 모아놓은 목돈을 날리게 되지나 않을까 생각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얼마전 은행을 그만 둔 김모씨(45세)는 그동안 저축으로 마련한 돈과 퇴직금을 털어 조그만 분식집을 차렸다. 장사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때 대출이라도 받아 그럴듯 하게 시작할까 했지만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체면보다는 실속이 중요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가 넘어야 대충 그의 일과가 끝났지만 김씨는 은행근무보다 덜 피곤하다고 말한다. 「피말리는 실적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근무했던 지점은 지난해 점포평가에서 하위로 떨어지며 지점장은 조사역으로 밀려났고 당시 차장이던 김씨는 서울 근교의 소형 점포로 발령됐다. 올초 독한 마음을 먹고 발이 닳도록 뛰었지만 뒤처진 고과점수를 회복할만큼의 실적을 채우긴 힘들었다. 김씨는 『벼랑끝에 몰리는 기분이 들었을때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1단계 금융구조조정으로 3만여명의 은행원이 정리된 후 남은 직원들은떠난 직원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늦은 퇴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 임금체계와 인사가 실적위주로 바뀌면서 은행원들은 치열한 경쟁대열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상여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상 불이익이라는 혹독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불안과 실적경쟁의 「이중고」가 은행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진우기자 입력시간 2000/10/01 21:2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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